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돌파 이후 불안정한 급등락이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매에 좌우되면서 시장 체력이 급격히 소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16일까지 10거래일 연속 현물을 순매도하며 투자심리를 급속도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틈을 타 프로그램 매수액이 많으면 지수가 오르고 프로그램 매도액이 많으면 지수가 내리는 ‘프로그램 장세’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물은 대부분 지수 관련 대형주들이 많아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1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2,000억원 이상을 순수히 팔아치우는 등 최근 10거래일 동안 1조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10거래일 연속 이어진 것과 하루 순매도 규모가 2,000억원을 넘은 것은 모두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렇게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지속하자 다른 투자자들도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면서 시장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 원인으로 이미 알려진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하락,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부진 우려 외에 미국의 금리인상 압력을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이달 들어 남미를 중심으로 신흥시장 증시가 크게 하락했다"며 "신흥시장은 그동안 성장우선 정책으로 미국과 달리 저금리 상황을 유지했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하면서 물가인상 압력이 커져 금리인상과 내수경기 위축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증권 이지훈 연구원도 "최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에 민감한 신흥시장의 증시가 조정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본격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지난주 한국 관련 4대 뮤추얼펀드의 기록적인 순유입 규모 등을 들며, "외국인 매도세는 활발한 손바뀜 현상 때문이며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도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량이 매수량보다는 많지만, 전반적으로 매수와 매도 모두 평소보다 많은 금액이어서 저가매수 심리와 차익실현 욕구가 혼재된 양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매도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자 프로그램 매매의 장세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연속 매도한 10거래일 동안 프로그램 순매매 방향과 종합지수 등락이 일치한 날은 7일이었다. 프로그램 매물이 순매수일 때는 주가가 오르고 순매도일 때는 주가가 내렸다는 뜻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기본적으로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와 기관투자자들이 15개 이상 종목을 대량 거래할 때 집계되는 비차익 거래로 나뉘는데, 최근엔 특히 비차익 거래 물량이 대규모로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신권 등 기관투자가들이 지수 1,000포인트에 부담을 느낀 데다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막바지 수지 맞추기에 나서 물량을 대거 처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3월말 결산이 다가오는데다 미 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투자도 위축되고 있어 수급상 부정적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22일로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 회의와 이달 말께 발표되는 경제지표 등이 증시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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