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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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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은 미래다

입력
2005.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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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교육은 아이러니다. 우리는 오랜 유교의 전통을 통해서 학문과 교육을 중시하는 기풍을 키워왔다. 그러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이 사회에서 그렇게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교육이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것 같다.

교사가 학생들 답안을 작성해주고, 학생들은 유사폭력조직을 만들고 있다. 입에 담기 어려운 패륜범죄도 따지고 보면 교육의 실패를 말해 주는 것이다. 교육을 천직으로 여기는 교수조차 자녀들을 해외로 보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을 보면 자신의 과수원에서 나는 사과는 농약 성분이 많아 제 가족에게는 먹이지 않는다는 농부가 생각난다.

교육 실패의 원인은 교육과 배움이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는커녕 그들에게 질곡으로 다가가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수레바퀴에 깔린 사람과 같다고 느낀다.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기 전에 높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관심있든, 없든 모든 과목을 잘 해야 진학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성취에 따라 평가 받는 사회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이 미국과 같은 선진 자본주의사회의 교육보다 다 경쟁적이고 억압적이라면 문제다. 중고교 6년은 젊음이 영그는 소중한 시기다. 어른들은 이 시기 젊은이들이 겪는 긴장과 좌절을 줄여줘야 한다.

대학 졸업자와 비졸업자 간 사회적 대우의 격차를 줄이고, 대졸자를 채용할 때 오직 개인 차이만을 인정하고, 대학입시나 학력고사에서 다수과목 성적 합산제를 지양하고 소수과목 선택제를 택한다면 어떨까. 교육은 학생들에게 지식의 다량 습득을 강요하는 시스템에서 각자의 고유한 능력을 함양하는 시스템으로 변해야 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한두 가지 분야에서 능력을 나타내는 사람이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모든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은 대다수 학생들에게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

중국 당나라 때 문장가 유종원의 곽탁타 얘기를 들어보자. 곽탁타는 곱추였는데 모습이 낙타같다 해서 탁타(橐駝, 낙타)라고도 불렸다. 그는 나무 심고 가꾸는 것이 직업이었는데 그의 기른 나무는 잘 자라고 열매도 잘 달렸다. 어떤 이가 요령을 물었다. 탁타는 대답했다.

“제가 뭐 나무를 수(壽)하고 무성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무가 그 본성을 발휘하게 할 뿐입니다. 무릇 나무 뿌리는 펼쳐지기를 바라고, 그 북돋음은 평평하기를 바라고, 심는 흙은 옛날 흙이기를 바라며, 그 땅다지기는 치밀하기를 바라니, 그렇게 해주고 나서는 움직이지도 않고 염려하지도 않으며, 놓아두고 가서 되돌아보지 않습니다. 돌볼 때는 자식처럼 하고 놓아둘 때는 버린 듯이 하면, 그 본성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나무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지 나무가 크고 무성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며, 그 열매를 억눌러 없애지 않았을 뿐이지 열매를 일찍 익게 하고 많이 달리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다른 나무 심는 이들은 저와 달라서 뿌리를 말고 흙을 바꾸며, 붇돋음을 지나치게 하지 않으면 모자라게 하고, 설령 그렇지 않은 이가 있더라도 사랑이 너무 은혜롭고 염려가 너무 부지런하여 아침에 보고 저녁에 쓰다듬으며 한번 가고서는 되돌아와서 보고, 심한 사람은 나무껍질에 손톱질을 하여 그것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살피고, 그 근본을 흔들어 보아서 땅이 성근지 조밀한지를 살피니, 나무의 본성은 점점 떠나게 됩니다. [그들이] 비록 [나무를] 사랑한다 하나 사실은 해치는 것이요, 비록 염려한다하나 사실은 원수가 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질문자는 “내가 나무 기르는 법을 물었다가 사람 기르는 법을 알게 되었노라”고 기뻐했다는 얘기다.

이동인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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