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의 북한 주적 개념 삭제를 비판하면서 한국에 누가 적인지를 분명하게 말하라고 요구한 헨리 하이드(81·공화·사진)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1982년부터 미국의 대외정책을 다루는 하원 국제관계위에서 활동해왔다.
일리노이 주에서 1975년 첫 당선한 뒤 내리 16선(임기 2년)을 한 원로로서, 의회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의원들이 대개 그렇듯 그는 대외정책에서 미국의 힘과 가치를 앞세우는 편에 있었거나 그런 흐름을 주도해왔다. "미국의 얘기를 다른 나라에 말하라"는 구호는 그의 의정 활동의 중심이 돼왔다. 최근엔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여왔다.
이전의 한국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 대해 하이드 위원장이 특별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 대선 직후인 2002년 12월 노 당선자에게 축하 편지를 보내 "링컨의 땅인 일리노이주 출신으로서 당선자가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독학으로 공부해 변호사가 됐다는 점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주의 링컨 사적지 방문을 희망하기도 했다.
반면 그는 북한의 핵 문제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강한 톤의 목소리를 내왔다. 2001년 황장엽씨의 미 의회 증언 추진을 주도했고, 북한 인권법 통과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1월엔 일리노이 주 출신 상·하 의원들과 함께 북한에 납치됐다 숨진 것으로 확인된 김동식 목사의 신변 정보를 요구하는 서한을 북한측에 보내기도 했다. 김 목사의 부인 등 가족들은 일리노이 주에 연고를 갖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층 강해지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
2·10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의회 내에 대북 강경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그의 주적 삭제 비판과 연결되는 흐름이다. 미 의회 내에는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보이고 있지 않는데도 한국이 대북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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