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휴대폰 단말기 제조 자회사인 SK텔레텍의 내수 판매대수 규제가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휴대폰 제조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정보통신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단말기 시장 확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ID)이 "SK텔레텍에 적용되고 있는 연간 내수판매 120만대 규제를 해제해도 SK텔레콤이 단말기 공급을 독점하거나 경쟁 제조업체를 퇴출시키는 등의 공정경쟁 저해 요인은 제한적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KISID 보고서는 그동안 공청회 등을 거쳐 정통부 정책에 대부분 반영돼 왔다.
보고서는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간 수직 결합은 오히려 단말기 제조업체들간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등 자유시장 원리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SK텔레콤이 단말기 제조에 필요한 정보를 SK텔레텍에 제공해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위는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과정에서 시장 독점 우려가 제기되자 SK텔레텍의 휴대폰 단말기 내수판매를 2005년 12월까지 연간 120만대로 규제했으며, 최근 "별다른 변수가 없으므로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규제 해제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구상 어디에도 통신 서비스 업체가 단말기 제조 사업까지 겸하는 곳은 없다"며 "‘통신 공룡’으로 불리는 SK텔레콤이 단말기 사업에까지 본격 진출하면 기존 휴대폰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특히 1990년대 후반 개인휴대통신(PCS) 사업 진출을 검토했다가 독점 논란이 빚어져 백지화한 사례 등을 들어 SK텔레텍의 내수판매 규제가 해제되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휴대폰 유통망이 없는 업계 3위 팬택계열의 위기감은 더하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안정적인 내수 판매를 기반으로 연구개발에 투자, 세계 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SK텔레텍의 내수 제한이 해제된다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으며 국민 여론과 공청회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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