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없인 과세 없다. 남성에게도 투표권을 달라. 남성도 총여학생회의 정책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
한때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투표권을 오히려 남성이 여성에게 요구하고 있다. 15일 연세대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학교 게시판을 중심으로 남학생들이 총여학생회 간부를 선출할 수 있는 투표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태가 불거진 건 연세대가 매 학기 학생들의 등록금 납부 때 학생회비를 일괄적으로 징수해 학생단체들에 배분하며, 총여학생회도 학생회비 중 5~6%인 1,000여만원을 운영비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이후 남학생들은 "남녀학생 모두가 낸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총여학생회가 남성의 참여를 가로막고 남성에 대한 편견을 갖게하는 시책을 펴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독립전쟁을 촉발시켰던 보스턴 차(茶)사건의 ‘대표 없인 과세 없다’는 구호를 차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남성을 투쟁 대상으로만 여겨 온 여성운동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자성론과 "마초(남성우월주의자)들의 생떼"라는 비판론이 있다. 정치외교학과 4학년 강모(25)씨는 "형식논리상 어떤 권리도 주지 않으면서 학생회비를 일괄적으로 걷어 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투표권을 주든지 운영비를 받지 말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같은 학과 이모(25·여)씨는 "총여학생회가 남성들을 ‘잠재적 늑대’로 치부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학내에서는 성폭력을 없애기 위해 총여학생회가 필요하다"며 "남학생들이 투표권을 요구하는 것은 여학생회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 딴죽을 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총여학생회 양최현경 회장은 "우리는 남성을 잠재적 성폭력범죄자로 몰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충분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을 뿐"이라며 "정작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은 학교측의 일괄징수와 배분 방식"이라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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