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산하 한국가스공사 이사회가 공기업 사상 처음으로 오강현(56·사진) 사장의 해임을 결의하자 오 사장이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고 노조측이‘공기업 자율경영권 침해’라며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14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오 사장 해임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장 해임결의안은 상임이사 5명을 제외한 사외이사 7명이 결정하게 돼있으며, 이날 임시 이사회에는 사외이사 6명이 참석했다. 공사 이사회의 사장 해임결의안 통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스공사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31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장 해임안을 상정할 방침이며, 정부(26.86%)와 한국전력(24.46%) 지자체(9.86%) 등 공적 지분 합계가 61.18%여서 통과 가능성이 높다.
임시 이사회가 밝힌 오 사장 해임 사유는 크게 3가지. 오 사장이 ▦지난해 11월 비상근무령이 발동됐을 때 근무지를 이탈해 골프를 쳤으며 ▦정부 방침(4조3교대)과 달리 직원들에 대해 5조3교대 근무를 실시했고 ▦노조의 정부 정책 반대집회를 용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스 관련 국제회의 참석차 스페인에 머물고 있는 오 사장은 이날 사내 전산망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해 공사의 경영성과를 높이 평가했던 사외이사들이 외부 압력에 의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노조도 성명을 내고 "법원에 이사회결의 무효 및 비상임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산자부 관계자를 고발하는 한편 감사원 감사도 청구하겠다"고 반발했다.
오 사장 해임 파문은 가스산업 구조개편 문제에 대한 오 사장과 산자부 간 의견 대립에서 비롯됐다는게 정설이다. 정부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을 추진했을 당시 오 사장이 "도입선이 가스공사 이외로 다변화하면 전체 수급량 조절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하자 산자부는 "구조조정을 하라고 보냈더니 거꾸로 노조에 휘둘리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는 등 갈등을 겪었다.
이와 관련, 오 사장은 임기가 1년 반 남은 올해 초부터 정부측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왔으나 자진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주희기자 orwell@ hk.co.kr
● 오강현씨는 누구/ 공기업 사장 3차례 맡아
오강현 사장은 강원 양양군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행정고시 9회에 합격, 수산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뛰어난 기획력과 조정력을 인정받아 산자부 차관보, 특허청장까지 지냈다. 2000년 공직을 떠난 뒤에도 한국기술거래소 사장, 강원랜드 사장 등을 거쳐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임명되는 등 3차례나 공기업 사장을 맡았다.
지난해에는 가스공사가 사상 최대 순이익(3,230억원)을 내고 기획예산처 주최 공기업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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