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서 미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환보유액 운용의 ‘달러’의존도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으며, 최근 ‘한국은행발(發) 외환쇼크’로 논란이 됐던 ‘투자대상 통화 다변화’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되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15일 미국 재무부의 국가별 국채보유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미국 국채는 총 690억 달러로 2003년 말(629억 달러)에 비해 61억 달러 증가하는데 그쳤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미국 국채는 거의 대부분 외환보유액에서 투자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외환보유액이 337억 달러(1,553억→1,990억 달러)나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 국채 신규 투자규모는 극히 미미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에서 미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말 40.4%에서 작년 말에는 34.7%로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이후 급격히 불어난 외환보유액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달러이외 자산에 투자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달말 세계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야기했던 한은의 ‘투자대상 통화 다변화’도 지난해 이미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한은은 "외환보유액에서 투자하고 있는 달러자산은 국채가 전부는 아니며 다양한 공채와 예금 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달러자산을 처분하거나 달러자산 규모 자체를 줄이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만큼 달러자산이 늘어나지는 않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작년 12월엔 우리나라의 미국 국채보유액이 3억 달러 감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승 한은 총재도 최근 국회발언을 통해 "달러자산을 매각할 계획은 없으며 다만 신규로 늘어나는 외환보유액에 대해선 투자대상을 보다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은이 보유한 달러자산은 전체 외환보유액의 60% 수준이며, 나머지는 유로화가 대부분이고 최근엔 캐나다달러나 호주달러 등에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는 일본(7,118억달러)이며 우리나라는 중국(1,938억달러) 영국(1,637억달러)에 이어 4번째 국채보유국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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