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에서 맞이하는 3월의 저녁은 쓸쓸하다. 서산으로 지는 해보다 먼저 떨어지는 것이 기온이다. 아직은 마른 나무들이지만 낮 동안에는 그래도 그 숲 속에 고루 퍼져 있는 햇살 속에 이제 봄이 이 숲 속에까지 들어오는구나 느낄 수 있었는데, 서산으로 해가 기울면 봄기운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햇빛 속에선 나뭇가지 끝에도 봄을 느낄 수 있었다. 땅속의 뿌리가 서서히 물을 빨아올려 어떤 나무들의 가지는 전체적으로 갈색을 띠면서도 아주 조금씩 희미하게 푸른 기운이 감돌았는데, 해가 떨어지면 그 구분도 사라지고 만다.
해가 지고 잠시 노을이 밀려왔다가 땅거미가 내리기까지, 서쪽 어디에선가는 바로 이 시간을 ‘개와 늑대 시간’이라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개와 늑대가 좋아하는 시간이 아니라 주위가 어둑해지기 시작해 개와 늑대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이라고 했다.
그런 것처럼 3월 저녁 숲길을 걸으면 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 모호한 경계 속에 바로 옆에 서 있는 버드나무와 벚나무의 구분도 사라지고, 살구나무와 느티나무의 구분도 사라진다. 그 나뭇가지 사이로 인줏빛 노을만 쓸쓸하게 곱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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