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에 3개 주는 DVD 판매대에서 건질 게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아니, 이런, ‘파시’(Fosse)라는 뮤지컬이 꽂혀있는 것이 아닌가. 그게 뭐냐구?
영화 ‘시카고’를 본 사람 중 " 이 영화를 밥 파시에게 헌정한다" 는 문구를 놓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최근 개봉된 영화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에서 짐 캐리가 아주 요란한 동작을 하면서 " 밥 파시의 자세를 보여주지" 라고 말하는 걸 기억한다면 뮤지컬광일 것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신화와 같은 악동 밥 파시(1927~1987)는 천재적인 뮤지컬 안무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바로 오리지널 뮤지컬 ‘시카고’ ‘캬바레’ 같은 걸작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갑자기 왠 뮤지컬 얘기냐고? 장르를 초월해 예술가의 사상과 성격을 가장 완벽하게 묘사한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지금 ‘뮤지컬영화의 교과서’라 불리는 ‘올 댓 재즈’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한 예술가의 괴팍한 성격을 이토록 잘 표현한 작품은 드물다. 너무나 많은 패러디 제목들을 낳은 ‘올 댓 재즈’는 직역을 하면 ‘재즈의 모든 것’이지만 절대 재즈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 비디오 제목은 좀 어이없지만 ‘로이샤이더의 재즈클럽’이라고, 이런! 내용은 바로 뮤지컬 감독인 자신의 이야기이다.
조 기디언은 바로 밥 파시 자신처럼 여자관계 복잡하고, 하루종일 꽁초를 물고 사는 흡연중독자에 못 말리는 성격을 가진 성공한 예술가다. 놀랍게도 그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절대 미화하지 않고 매우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극중에서 폐렴으로 병원에 들락거리다 심장마비로 죽는다. (이런 발상은 정말 괴팍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영화 속에서 뮤지컬과 실제 생활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기법들은 그에게 헌정된 영화 ‘시카고’도 잘 따라 하고 있다. 이후 뮤지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올 댓 재즈’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났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9개 부분에 후보로 올라 4개나 수상했다. ‘파시'(Fosse)라는 뮤지컬은 바로 그의 모든 작품 중 대표적인 장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작품이며, 1만원에 3개나 살 수 있는 보물이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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