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15일 건국이후 정부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실-국-과’ 중심의 조직체계를 폐지하고 ‘본부-팀제’를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60년 가까이 유지됐던 정부 조직구성의 근간이 바뀌는 신호탄으로 연공서열에 익숙했던 중견 간부들을 팀원으로 내려 앉히는가 하면 성과의 정도에 따라 과장급 직원을 팀장으로 중용하는 파격적인 내용이 골자로 공직사회에 일대 풍파를 불러올 전망이다.
오영교 행정자치부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행 1차관보·1실·1본부·7국·4관·1센터·45과·4팀의 조직을 5본부·8관·1단·1아카데미·48팀체계로 재편하기로 했다" 며 "이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내주께 팀제위주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오 장관은 "이번 팀제도입은 전 공무원 사회에 조직개편의 합당한 모델을 제시한다는 의미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개장으로 보면 된다" 고 덧붙여 조직개편이 타 부처로 확산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번 행자부의 조직개편에 다른 중앙부처는 물론 지자체, 검찰, 경찰, 군까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간기업 능가하는 ‘효율’ 기대
팀제 도입은 지난 1월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출신의 오영교 장관이 행자부로 오면서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공직사회가 민간기업에 뒤떨어지는 효율로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일성을 내놓았던 오 장관은 곧바로 연공서열 위주의 비능률적인 행자부 조직을 팀장이 업무의 중심 축이 되는 ‘본부-팀제’로 개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팀제는 일단 현행 5단계에 이르는 계층구조(부서장-국장-과장-계장-직원)를 3단계(본부장-팀장-팀원)로 간소화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한다.
이와 함께 팀장급 간부에게 대폭적인 권한위임이 이뤄져 책임분산을 막고 공무원들의 ‘성실한’ 업무를 독려하는 효과도 있다. 팀장의 자격을 국장급인 2급에서 과·계장급인 5급까지 넓게 허용해 조직의 탄력있는 운영이 쉬워지게 하는 것도 이 제도의 장점으로 꼽힌다.
또 사무관, 서기관 등 200여명에 이르는 중간관리층의 실무인력이 일시에 팀원으로 전환, 현장 인력 증원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비대해진 팀(팀원 20~30명)을 한 명의 팀장이 통솔하게 돼 조직원 관리가 쉽지않고 팀원으로 남은 중견간부의 박탈감으로 인한 내부 갈등이 예상된다.
행자부관계자는 "업무분담을 확실히 해서 팀장이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차관 이상은 기업의 CEO처럼 전략짜기에 몰두하게 해 선진적인 개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며 "하지만 연공서열식 조직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간부들이 후배 팀장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개혁의 흐름에 얼마나 동조할 지가 남은 숙제다"고 밝혔다.
T형 배치에서 I형 배치로
조직개편과 함께 행자부는 사무실 책상배치도 수직적 의사소통에 어울렸던 ‘T’자형에서 ‘I’자형으로 바꾸고 종이없는 사무실 조성을 위해 캐비닛 등 집기를 내다 버리는 등 전면적인 사무환경 미화도 시행한다.
민간기업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아온 ‘원탁회의’도 종종 눈에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객과 성과중심으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성과관리와 고객관리, 보수·인사 등이 온라인을 통해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통합행정혁신시스템을 상반기 중 구축, 연말까지 도입한다고 행자부는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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