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둘러싼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의 힘겨루기에서 복지부가 판정승을 거뒀다.
재정경제부는 15일 오후 늦게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에 대해서도 특정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할 경우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5% 룰’을 적용키로 했던 방침을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재경부 발의로 당초 ‘5% 룰’에 연·기금을 포함하는 내용의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복지부가 강력 반발, 일단 시행을 유보하고 추후 금융당국과 복지부가 논의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연·기금에 대한 ‘5% 룰’ 적용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다음 시행령 개정 때 도입 여부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달 22일 국무회의를 거쳐 29일부터 시행하려던 당초 계획은 완전 무산됐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이날 오전 재경부의 ‘5% 룰’ 확대 방안에 대해 주식시장을 왜곡하고 소액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투자내역이 수시 공개됨으로써 운용상 제약을 받고 국민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많다"면서 "연금 기금의 주식운용 규모를 고려할 때 주식투자를 더 이상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규모는 12조5,000억원(1월말 기준)에 이르며, 매년 30조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2010년까지 주식 투자액은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장법인은 2월말 현재 총 348개로, 이 중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7개, 5% 이상이 64개나 된다. 또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기업은 75개에 달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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