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전력인데 이제 와 특별히 바꿀 게 뭐 있겠습니까."
삼성생명 정덕화 감독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 우리은행과의 2005KB스타배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내리 2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 3차전에 총력전을 해야 하는 정 감독은 답답하다. "배수의 진을 치고 모든 전력을 쏟아 붓는 것 밖에 뾰족한 수가 없네요."
정 감독은 무기력했던 1,2차전을 곱씹었다. 가장 취약한 건 역시 골밑. 안방 살림이 부실하니 변연하-박정은-이미선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외곽포’도 덩달아 죽을 쒔다. 2차전에 삼성생명은 3점슛 26개를 던져 고작 5개만 림에 넣었을 정도로 외곽이 침묵했다.
3차전 승부의 관건이라는 용병 센터 루스 라일리도 사실 미덥지 않다. 원 소속팀 ‘디트로이트 쇼크’의 홈 경기를 위해 미국에 간 라일리는 15일 새벽 6시에 인천공항에 올 예정이다. 주전 센터가 없이 작전을 짠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 정 감독은 "작전도 작전이지만 라일리가 도착 당일 피곤한 몸으로 경기나 제대로 할 지 모르겠다"며 한숨 쉬었다.
하지만 정 감독은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않았다. "문제는 분위기죠.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면 우승이잖아요. 3차전에서 선수들이 제 기량을 보인다면 3연승이 불가능한 것 만도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정 감독이 내놓을 대반격의 카드로 변연하의 스피드를 꼽는다. 외곽포가 장기인 변연하가 저돌적인 골밑 돌파로 우리은행의 강력한 트리플 포스트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 박정은-이미선의 외곽 지원은 필수다.
삼성생명은 ‘챔프전 단골’이다. 이번까지 5시즌 연속 진출했다. 하지만 그 별명이 달갑지 않다. 2002년 여름부터 지난해 겨울리그까지 4번 연속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
또 다시 우승 들러리냐, 벼랑끝 대탈출이냐. 15일 서울 장충6체육관에서 열릴 3차전을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일이다.
김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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