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새 경제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시장 안심, 경제 회복, 선진한국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임자가 정책적 문책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재산공개 파문으로 물러난 데다 그동안의 경기대책 효과가 최근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정책보다 성과 관리와 조정자 역할에 치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인선과정의 난맥상 때문에 무슨 대단한 사람을 구하는 것처럼 비쳐졌지만, 새 경제부총리의 역할과 책임은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친화적인 색채로 경제회복의 불씨를 확실히 살려나가고, 이로써 일자리를 늘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정착시키며, 미래의 삶을 보장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그 일이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부처간 갈등이나 이해집단의 반발을 불러올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재정·금융·세제·외환 등 거시정책수단의 효율적 조합, 노동시장과 서비스산업의 구조개혁, 쌀시장 개방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벤처 및 중소기업 육성·지원, 연금 개혁 및 사회안전망 강화 등은 모두 기득권과 관료주의의 두터운 벽을 뛰어넘어야 가능한 일이다. 새 경제부총리에게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과 뛰어난 조정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실물경제와 통상부문은 물론, 청와대와 국무조정실까지 거친 한 부총리의 이력이나 ‘공사(公私) 건실함’으로 보면 청와대의 말처럼 한 부총리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럼에도 그가 이른바 청와대의 386 개혁그룹이나 모피아(재정경제부 인맥의 별칭) 세력의 견제를 이겨내고 정치권이나 이해집단의 저항을 뚫고 나가면서 정책목표를 달성할 뚝심이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스럽다. 통상부문 경력에 걸맞은 대외적 인지도와 교섭력도 그가 보여 줄 숙제다. 한 부총리는 이 같은 시장의 기대와 의구심에 답해야 하는, 말 그대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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