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의 경제부총리 임명을 계기로 ‘이해찬 총리의 힘’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총리 직속인 국무조정실장이 ‘경제 수장’으로 영전되는 과정에서 이 총리의 입김이 여러모로 작용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이에 앞서 올 들어 주요 각료 인선 과정에서 잇따라 헌법상의 실질적 인사 제청권을 행사해 왔다. 지난 1월 인사 파문으로 물러난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가 임명될 때도 이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했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지난주 말(12일) 이 총리가 공식 문서를 통해 한 실장을 경제부총리 후보로 제청했다"면서 이 총리의 제청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이 총리는 지난 11일 오후 노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한 실장을 부총리로 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는 평소부터 한 실장에 대해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하고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어서 업무 조정을 잘 한다’고 말하며 높이 평가해 왔다"고 전했다. 초반에 유력한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명됐던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도 이 총리가 한때 염두에 뒀던 카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권 주변에서는 "이해찬 총리는 진짜 실세 총리"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노 대통령이 금년 초 분권형 국정 시스템 강화 입장을 밝히면서 "주요 인사 결정을 할 때 총리와 사전 협의를 거쳐 총리의 내각 총괄권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건 전 총리에 의해 국무조정실장이 발탁됐던 한 부총리가 이 총리 밑에서 실장 자리를 계속 지키다가 이번에 부총리로 추천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우선 한 부총리의 성실한 일 처리 능력이 꼽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총리와 한 부총리의 인연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 총리의 손위 처남인 한국과학기술원 김 모 교수는 경기고 63회 동기인 한 부총리와 매우 가까운 사이다. 또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과 청와대 정문수 경제보좌관, 정우성 외교보좌관 등도 경기고 동기 동창인 한 부총리의 외곽 후원 세력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유 의원과 정문수 보좌관측은 "이번에 한 부총리를 천거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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