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유학 중인 10대 아들에게 과도한 체벌을 가한 한국의 ‘기러기 아빠’가 현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학생의 아버지는 "캐나다에서 회초리가 불법인지 몰랐으며, 한국 가정에서는 회초리를 ‘사랑의 매’라고 부른다"며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체벌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캐나다의 법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안타까운 일이다. 비슷한 법문화를 가진 영어권 국가에 아이를 보낸 기러기 아빠가 주의할 일이다.
한인 사회는 "이번 기회에 일부 부E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기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현지 언론들도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구타는 처벌 대상"이라며 "문제는 아버지가 아들을 지나치게 사랑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일을 단순히 문화적 차이로만 설명해선 안 될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기러기 아빠’ 현상은 우리 교육과 사회현실의 모순을 반영한다. 공교육 불신과 천문학적 사교육비, 뿌리 깊은 학벌주의의 소산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1월 기러기 아빠 실태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한국은 왕조시대의 교육체제를 기밈반으로 움직이는 나라"라고 꼬집은 바 있다.
기러기 아빠의 배경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 자식만큼은 경쟁에서 살아남게 하겠다"는 부모의 과도한 애정과 기대가 담겨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집착은 자칫 강박적이고 편집증적으로 나타나 이번처럼 자식의 일탈에 수백대의 회초리를 휘두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문제는 기러기 아빠 문화가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해체와 이혼의 위기,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러기 아빠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기러기 아빠를 만들어 내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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