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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안철수硏 안철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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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안철수硏 안철수 사장

입력
2005.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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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 안철수(43) 사장. 의사로서의 편한 길을 버리고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에 빠진 성공한 벤처 기업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 일반인들은 안 사장이 성공한 벤처 1세대로서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 오산이다.

그는 15일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안철수연구소를 창업한 최대 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지만 지난 10년간 자신 소유의 회사 주식을 단 1주도 사고 팔지 않았다. 지난해 세무서에서 회사 지분 변동내용을 조사하러 나왔다가 조사할 내용이 없어 그냥 돌아갔을 정도다. 변동이라면 2000년 10월 직원들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 8만주를 무상으로 나눠준 일이 유일하다. 그 외에는 회사 지분에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안 사장이 보유한 회사 지분은 총 발행주식의 37.97%로 286만5,338주에 이른다. 11일 종가 기준으로 550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대개의 기업 오너라면 단 얼마라도 매각해 성공이 가져다준 과실의 달콤함을 맛보려 할텐데, 안 사장은 10년간 회사 월급만 받아 생활했다.

안 사장은 스스로를 ‘전문경영인’으로 규정한다. 10년간 지분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집스런 신념 때문이다. 안 사장은 입버릇처럼 "내가 대주주지만 단 한번도 ‘오너 경영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며, 나는 회사에 고용된 ‘전문 경영인’"이라고 말한다. 주식회사에는 대주주는 있지만 오너가 없으며, 개인보다는 회사와 주주 전체의 입장에서 판단하며, 대주주 개인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안 사장의 원칙이다. 그렇게 전문경영인으로서 살다 보니 회사 주식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안 사장이 최근 포스코의 사외이사를 맡은 것도 그런 ‘안철수식 경영관’을 실천해보기 위해서다. 그는 2001년과 2003년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맡은 적이 있다. 그때 시간을 많이 빼앗겼던 게 %마음에 걸려 (포스코의) 사외이사 제의를 수차례 거절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님까지 나서 부탁을 하시는데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어요. 대신 이번 기회에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2003년에 고려대 장하성 교수의 기업지배구조론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연구했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사외이사의 역할을 직접 실천해 볼 작정이다. 안 사장은 "사외이사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공기업의 경우 전문 경영인의 경영활동을 지켜보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철수식 경영’의 또다른 한 축은 보수적 ‘정도 경영’이다. "모험적이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게 타고난 성격"이라는 안 사장은 "하지만 경영은 내 성격과 정반대로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그의 경영 스타일은 보수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일부 경쟁사들처럼 보안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 한 눈을 팔지도 않고, 시장점유율 확장을 위해 무리한 가격경쟁에도 나서지 않는다. 안 사장은 "CEO는 주주의 재산 관리인이기 때문에 주주이익과 조직이익을 보호하려면 위험 회피적인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안철수연구소의 바이러스백신 소프트웨어 시장점유율은 65%대인데, 이는 시장에서 적정 마진이 가능한 최대 비율로 간주되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더 늘리려면 출혈 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벤처 기업인답지 않은 이 같은 보수성은 ‘성공’에 대한 주변의 평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는 "기업인에 대한 언론의 평가를 보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며 "들쭉날쭉한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사장이 ‘바이러스 잡는 의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80년대 후반에만 해도 같은 분야에는 수많은 스타 기업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없는 이유에 대해 그는 "스스로 중심을 잡는 ‘겸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도 경영의 종착점은 ‘신뢰 경영’이다. 컴퓨터 보안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안철수’란 이름 석자는 누구도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힌다. 심지어 경쟁업체들 마저 "공개 입찰에서 안철수연구소와 경쟁이 붙으면 가격이나 제품 성능이 아니라 ‘안철수’라는 이름 때문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 하곤 한다. 안 사장은 "시장의 신뢰는 하루 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우리 회사가 10년간 시장과 타협하지 않고 최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듯, 경쟁사들도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의 이윤이라는 것도 시장의 신뢰를 얻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결코 기업의 목적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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