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작은 도시에 사는 한 변호사 부부는 지난해 불과 6개월 사이 아파트 2채를 사고 팔았다. 그리고는 곧 이어 주택 2채를 샀다 팔았다. 모두 건축되기도 전 전매 거래였는데, 은행 융자 등 거래 관계를 모두 정리하면 바로 이들은 우리 돈으로 약 5억원가량을 벌게 된다. 부부는 다섯 번째 집 물색에 나서 이미 계약금 지불을 완료했다. 이들은 "부동산에도 거품이 올지 모르지만 아직은 주식 시장보다는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 이 사례는 뉴욕타임스가 미국에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다고 전하며 소개한 내용이다. 물론 극단적인 ‘성공사례’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는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는 소식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동·서부를 막론하고 비슷한 성공담은 여러 경우가 소개된다. 20만원을 내고 등록하면 6개월 만에 1억원을 벌 수 있는 전매투자 방법을 강의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실수요가는 마구 치솟을 수밖에 없을 텐데, 5년 전에 비해 미 전국의 집값은 평균 33%가 올랐다는 것이다. 대도시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의 한인 사회에서 2배, 3배씩 폭증하는 부동산 열풍 얘기를 전해 들었던 것이 이 통계로도 실감이 난다.
■ 우리나라에서 돈을 버는 전래의 부동산은 아직도 땅이다. 농경사회의 전통문화 탓에 더해, 경제성장과 산업개발 과정에서 땅의 부가가치는 갈수록 커지기만 했다. 앞 다퉈 출간되는 땅 투자 안내서들은 지금도 "건물 상가 아파트가 아니라 뭐니 뭐니 해도 땅이다"고 조언한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맛을 아는 것처럼 땅도 일단 사 보아야 매력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26년 전에 사 둔 땅이 수십억원을 벌어주었고, 이 때문에 부총리직을 그만 두는 사태를 보다 보니 정말 그렇기도 한 모양이다. 땅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번 일은 새삼 땅의 매력, 또 마력을 동시에 실증하고 있는 셈이다.
■ 이헌재 전 부총리는 물러났지만 그의 땅에 관한 의혹과 진실은 딱 떨어지게 규명된 게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서 "관계기관으로 하여금 명백하게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다"며 책임이나 억울함을 가리겠다고 했었다. 또 그는 "하루만 지나면 이 일은 지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게 어디 잊어도 될 일인가. 그가 정말 억울했다면 우리는 경륜과 능력을 갖춘 국가인재를 잃은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전문성을 희생해야 하는 도덕성의 엄중함을 자산으로 남겨야 한다. 잊어도 될 일은 결코 아니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