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SK㈜에 참패한 소버린자산운용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한 소버린으로서는 SK㈜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벌어들인 1조원이 넘는 ‘실속’을 챙기고 빠질지, 아니면 그동안 주장해온 장기투자자라는 ‘명분’을 지키며 주식을 보유할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버린이 두가지중 하나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 지분 14.96%를 갖고 있는 소버린으로선 주식 매각의 명분을 찾기도 쉽지 않다. SK㈜나 소버린측이 그린메일(경영권을 담보로 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행위)이나 협상을 통한 지분 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개시장에서 매각할 경우 주가 하락은 물론 ‘투기성 자본’이라는 시장의 인식까지 부추겨 지난달 이뤄진 ㈜LG와 LG전자에 대한 투자에서 손실이 날 수도 있다.
계속 보유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선택이다. 어느 정도 수익을 낸 상황에서 SK㈜에 요구해온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에 대해 주주들이 외면한 만큼 더 이상 보유할 목적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주가가 계속 오르기만을 기다리며 주식을 마냥 들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특히 소버린이 언제 빠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고유가 등 호재에도 불구, SK㈜ 주가가 주춤거리자 소액주주들은 ‘소버린 디스카운트’라며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뚜렷한 대안이 없을 경우 소버린측은 SK㈜ 주식을 당분간 팔지 않고 고배당을 챙기며 단계적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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