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역방송 설립이냐, 경인방송(iTV) 회생이냐.
방송위원회가 iTV의 재허가추천 거부 이후 후속대책에 대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iTV와 옛 노조에서 이름을 바꾼 희망조합 등이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대립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희망조합과 경기·인천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된 ‘경인지역 새 방송설립주비위원회’(주비위)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활동에 나섰다. 주비위에는 시민·언론단체 관계자, 교수, 방송인, 체육인 등 1,000여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지역성을 강화하고 소유·경영을 분리한 새 방송설립을 목표로, 4월 발기인대회를 거쳐 창사위원회를 출범한 뒤 컨소시엄을 구성, 방송위로부터 허가추천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초기자본금 500억원으로, 이중 10%이상을 시민주로 채울 방침이다.
반면 지난해 말 폐업을 단행한 iTV는 올들어 태도를 바꿔 방송위를 상대로 행정심판 및 소송을 제기하는 등 회생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TV 정파와 함께 중단했던 FM 라디오 방송도 1일부터 자원봉사자(‘iTV 살리미’)의 도움을 얻어 재개했다. 비노조원들로 구성된 ‘iTV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iTV 회생에 기대를 걸고, 방송재개에 적극 참여했다.
이처럼 각기 다른 해법의 근저에는 iTV가 재허가추천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한 인식차가 깔려있다. 주비위는 "지역방송의 소임을 외면한 채 이익추구에만 매달린" iTV 대주주와 경영진의 무책임과 무능력을 원인으로 든다. 그러나 비대위는 "노사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 채 끝내 파국을 초래한 대주주와 노조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인식차는 서로의 행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새 투자자를 찾아 iTV를 부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 "새 방송설립운동은 자금조달 등에서 현실성이 결에여돼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대위는 출범선언문에서 "iTV는 시청자 주권을 볼모로 벌이는 행정소송 등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방송위는 6월까지 후속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걸림돌이 적지 않다. 현재로선 행정 심판과 소송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돼온 신규사업자공모의 경우도 기존 iTV 방송권역 유지로는 사업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문제 등이 따른다. 방송위 관계자는 "공청회 개최 등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나, 이해당사자들이 저마다 ‘시청자 주권’을 앞세워 대립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희정기자 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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