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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별들의 전쟁’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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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별들의 전쟁’ 시작된다

입력
2005.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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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일그룹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00년 옛 한미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면서였다. 이후 금호타이어 하나로통신 한국투자증권 대우종합기계 등 굵직한 기업 매물은 물론 강남 센추리타워 등 서울시내 주요 빌딩은 칼라일의 ‘입질’ 대상이었다. 그 중심에 김병주(41) 칼라일그룹 부회장 겸 칼라일아시아 회장이 있었다.

지난해 초 씨티그룹에 한미은행 지분을 매각해 3년여만에 수익률 145%, 차익 7,017억원의 짭짤한 성적을 낸 것도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그래서 전 세계 정·재계 거물들이 포진한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PEF)인 칼라일그룹 내에서 적어도 아시아지역 영업에 관한 한 그는 중량감 있는 존재였다.

그런 그가 5년여간 몸 담아온 칼라일과 결별하고 별도의 PEF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마이클 김(김 전 회장의 미국 이름)이 5명의 임원과 함께 펀드 설립을 위해 칼라일을 떠났다"며 "그는 한국에서 정부나 채권단이 매각하는 기업들, 일본의 개인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의 계열사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한·중·일 3개국은 세계 10대 경제권에 속하는 지역이며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3을 차지한다"며 "하지만 이 지역은 경쟁이 비교적 적고 기업 가치는 낮게 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김 전 회장이 펀드 규모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대체로 10억~15억달러 선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태준 전 총리의 막내 사위인 김씨는 미 하버드대에서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골드만삭스(7년) 살로만스미스바니증권(4년) 등 줄곧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해 왔다.

이른바 ‘김병주 펀드’의 설립이 가시화하면서 이제 막 태동한 국내 PEF 시장은 국내 금융계 거물들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목을 끄는 인물을 변양호(51)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국제 금융계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는 변씨는 1월말 공직을 떠나며 "월드 클래스의 PEF나 헤지펀드를 만들어 보겠다"고 선언했다. 변씨는 리먼브러더스와 펀드 자문 계약을 맺고 6~7월부터 본격적으로 펀드 모집에 나서기로 하는 등 PEF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 금융 및 증권계에서는 ‘변양호’라는 이름 석 자의 위력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낙마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추진했던 ‘이헌재 펀드’가 다시 살아날지도 관심거리다. 입각 전인 2003년말 이씨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에서 "국내 자본을 모아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펀드 설립에 참여했던 김영재 전 금감원 대변인은 지난해 칸서스자산운용을 설립, 금감원에서 1,000억원 규모의 PEF 출자 승인을 받았다.

이밖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역시 자회사인 맵스자산운용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국내 1호 PEF를 출범시킨 데 이어 상반기 중 5,000억원 규모의 PEF를 추가하는 등 ‘박현주 펀드’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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