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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의 정치읽기/ 그들은 왜 答電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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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의 정치읽기/ 그들은 왜 答電이 없을까

입력
2005.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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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사 부장은 최근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에 전화를 했다가 기분 언짢은 일을 겪었다. 취임 축하를 하기 위해 두 번이나 전화를 했으나 부재중이어서 메모를 남겼는데도 답전(答電)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닐지라도 유쾌하지 않은 일인데, 그 언론사 부장은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섭섭함은 더 했다.

사실 조 수석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전화를 잘 받지 않고 나중에도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 참여정부 공직자들의 특성인 듯 하다. 상당수 기자들이 그런 경험을 했고 불쾌함을 토로하고 있다. 아마도 ‘언론의 할 일이 따로 있고 정부의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관이 영향을 준 듯 하다.

한 때 청와대가 언론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강조할 무렵 공직사회에는 "기자들과 만나면 찍힌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돌았다. 농림부차관이 지난해 추석 때 100만원 떡값을 받은 일로 사퇴했을 때 "떡값 때문이 아니라 기자들과 너무 밀착된 점이 문제됐다"는 풍문이 정부과천청사에 퍼졌다. 이러니 정부 정책을 홍보해야 할 부처 공보관들마저 기자들과 거리를 두는 것을 능사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이 각자 할 일을 하자는 취지가 권언유착을 하지 말자는 것이지 대화와 토론의 통로마저 닫자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금년 1월1일 세배하러 온 정치인들에게 "가장 먼저 만나는 국민이 언론이다. 언론을 설복해내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조언을 했다.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누구보다 강했던 김 전 대통령도 뭔가 느낀 바가 있어 한 말이었을 것이다.

정부는 요즘 홍보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총리 주재로 홍보대책회의도 하고 공보관실을 기획관리실과 통합해 정책홍보관리실로 확대 개편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렇지만 홍보는 조직이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한다. 만남도, 토론도 없는 상황에서 홍보가 있을 수 없다.

물론 전화 하나 제대로 답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너무 예민하다는 반박도 있을 것이다. 그런 대범한 인사들에게 미국 월가의 전설적 인물 앨런 그린버그가 직원들에게 전한 메모들을 모은 ‘회장으로부터의 메모(Memos from the chairman)’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거기에는 "올바른 전화예절은 단지 영업이 아니라 강력한 개혁운동이다. 지금 당장 수첩에 간직하고 다니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사진을 수화기에 붙일 것을 제안한다"는 대목이 있다. 창업 이래 적자를 본 적 없는 대형금융그룹을 이끌었던 거물도 전화예절처럼 작은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부 부장대우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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