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모(55·여)씨는 최근 심장관련 질환을 앓고 있던 남편 최모(당시 57)씨가 갑작스런 호흡이상 증세를 보이자 서둘러 병원으로 가기 위해 민간이송업체 129 앰뷸런스를 불렀다. 잠시 후 앰뷸런스는 경광등과 사이렌을 켠 채 나타났고 운전사가 최씨를 들것에 실어 차 뒤편에 옮겨 태웠다. 임씨는 남편이 숨을 더욱 가쁘게 몰아쉬는 것을 보고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운전사는 "지금은 의료진도 없고 장비도 없으니 보다 빨리 병원에 도착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잠시 후 최씨는 차 안에서 숨졌고 임씨는 이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의료진과 응급의료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고 오로지 운전사만 탑승케 한 채 버젓이 앰뷸란스를 운용하는 민간이송업체가 많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특수구급차가 출동할 때 운전사를 포함한 응급구조사 2인 이상이 함께 탑승해야 하며 기도삽입관 장치 및 산소호흡기 등 의료장비 8가지와 기본적인 구급약품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종합병원이나 소방서(119) 등은 자체 검열을 통해 인원과 장비 보유에 대한 규칙을 준수하고 있지만 영세한 129 업체는 기본적인 전문인력과 장비도 없이 단순 이송 기능만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적십자 응급환자 정보센터에는 앰뷸런스에 대한 피해고발 건수가 연간 30여건씩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등 관계 당국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이에 대한 고발이 끊이지 않는다. 고발 내용은 대부분 이동병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앰뷸런스에 대한 항의가 주류를 이룬다.
문제는 또 있다. 대학병원 등 대규모 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앰뷸런스를 갖추고 있으나 앰뷸런스가 없는 중·소병원에서는 민간업체와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유사시 이곳 차량을 환자 가정에게 보내곤 한다. 이 때문에 무료인 소방서 119 응급차량과는 달리 1회 이용시 보통 2만~3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데도 사설 앰뷸런스 이용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K(38·공무원)씨도 얼마 전 민간업체의 앰뷸런스를 이용했다가 낭패를 봤다.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아들(당시 10세)을 근처 병원에서 불러준 사설 앰뷸런스에 태우고 이동했지만 이송 중에 아들은 숨졌다. K씨는 "차량 안에 산소호흡기라도 있었으면 적어도 병원 도착 전에 숨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민간이송업체 관계자는 "의료장비시설을 제대로 갖추려면 대당 2,700만~3,000만원이 필요한데 여기에 응급구조사7까지 확보하면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차량 운영만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서울지역 앰뷸런스는 모두 665대. 이 가운데 병원 및 보건소 차량이 265대고 119소방대 소속 구급차가 110대, 전문응급의료센터와 기관 차량이 162대에 달한다. 나머지 128대는 민간업체 앰뷸런스인데 이 중 상당수가 경광등만 달린 ‘무늬만 앰뷸런스’인 셈이다.
서울시 보건과 오국현 팀장은 "실제 제대로 된 장비와 의료진을 갖추고 운영하는 민간이송업체는 전체의 30%도 채 안 될 것"이라며 "민원인들의 항의가 많아 현재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 달 말에 결과?%1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정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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