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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분단의 아픔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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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분단의 아픔을 넘어

입력
2005.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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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어느 날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독이 통일되는 것을 지켜본지도 어언 15년 넘게 지났다. 그때 우리는 부러워하며 분단 현실에 슬퍼했다. 냉전의 흔적이 어느덧 한반도에만 남게 된 것이다. 강대국 틈새에서 분단국가로 보낸 지난 반세기는 한반도에 거주하는 우리 모두에게 아픔과 상처의 세월이었다. 왜 여태 우리만 분단국인가. 꿈에도 그리는 소원은 정녕 남의 일로만 끝나는가.

통일 후 독일이 겪는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구 동독의 재건을 위해 투입한 막대한 예산, 이로 인한 연방정부의 부채, 통일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세금과 사회보험료 인상, 동서독인의 소득격차, 동독인의 높은 실업률, 경제적 비용부담이 불만인 서독인, 새로운 체제에 적응 못하는 동독인 등….

동, 서독인이 제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불만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독일의 경기침체도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독일이 먼저 통일을 이룬 것은 우리에겐 어쩌면 축복이다. 남북이 어차피 반세기 이상 따로 살았는데 통일이 뭐 그리 급할 것도 없다. 보다 현실적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통일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나간다면 말이다.

통일 당시 서독 정치인들은 "우리는 하나, 화폐 교환도 일 대 일"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앞세워 가치가 다른 동서독 마르크를 맞바꾸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값어치가 낮은 동독 마르크를 쥔 동독인이 이 정치적 약속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면 착오다. 값비싼 서독 마르크로의 교환을 기대하는 동독인은 교환 이전부터 지출을 줄이게 됐고 그 결과 동독의 경제난은 가중됐다. 이처럼 그럴싸한 정치적 구호는 종종 심각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장차 우리의 통일 과정에서 정치적 선전보다 경제적 관점이 중시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는 유일의 분단국가다. 남북이 다른 체제 하에서 살아온 세월에 가슴이 시리고, 언어와 문화와 역사를 공유한 우리 민족이 아직도 대적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남북이 같은 민족임을 생각하면 분단의 해결은 간단할 것도 같지만, 전쟁과 그간의 경험은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분단은 우리에게 고통만을 남겼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역설적이지만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는 세계가 인정하듯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 남북한 수도인 서울과 평양 사이의 그린벨트, 너비 4km 길이 258km의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은 참으로 축복이다. 진흙이 연꽃을 피워내듯, 조개가 진주를 잉태하듯,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이 한반도의 중심에 생명의 띠를 만들어냈다.

우리의 분단은 애당초 우리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약소국이었기에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겪을 만큼 겪었다. 분단의 원인은 세계적 냉전이었을진대 그 고통은 우리 민족에게만 남아 있다. 이는 전혀 공정하지 못하다. 해서 앞으로 다가올 세계적 고통에 대해서는 면책을 받을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 우리 정부와 학자는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를 세계 여론에 적극 알려 혹시 모를 미래의 고통을 피하고 줄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주변 강대국의 침략에 시달리다 영세중립국의 길을 택한 스위스의 사례가 우리에게, 또 세계에 시사하는 바는 없는가. 언제까지 우리 남북한 젊은이들이 서로 총을 겨누게 할 것인가. 이젠 우리의 기성세대가 세계의 양심에 호소해 이들을 냉전의 십자가에서 풀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남북의 젊은이들이 한반도의 중앙에서 만나 그간 아껴둔 비무장지대의 자연을 함?%B? 심호흡하게 하자. 그 뒤 중국, 러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어깨동무하고 뻗어나가게 하자. 나만의 바람인가. 봄이 오는 길목에서의 착각인가.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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