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증시에 불고 있는 간접투자 바람이 부동산 시장에도 옮겨 갈 조짐이다. 물론 대다수 부동산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직접투자를 선호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선진국처럼 간접투자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앞 다퉈 ‘부동산 펀드’를 내놓은 데다 4월부터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시행돼 그동안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로 설립이 어려웠던 ‘부동산투자회사(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리츠)’도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종합투자계획에 따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이 활발하게 이뤄질 경우 대규모 자금이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으로 몰려들 가능성도 크다.
◆ 상품의 종류
이미 선진국에서는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이 보편화해 있다. 대체로 주식이나 수익증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서 모은 자금으로 대형 빌딩이나 상가건물에 투자, 임대 수익을 배당하거나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출한 뒤 이익금을 나눠주는 구조로 돼 있다. 국내에는 전문자산관리회사(AMC)가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모아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주식 배당금의 형태로 이익을 나누어 갖는 ‘리츠’와 자산운용사가 펀드 가입자에게 수익증권을 발행해 이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부동산펀드’ 등 두 가지가 있다.
부동산투자회사법의 적용을 받는 리츠는 일반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회계 감사를 받으며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실적과 배당을 공개한다. 투자 대상은 대부분 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장기간 분기마다 배당금을 분배하는 특성상 일정한 임대 수입이 들어오는 빌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리츠는 일반 리츠와 기업이 부채 상환이나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매각하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구조조정리츠(CR리츠)로 나뉘는데, 현재 설립된 대부분의 리츠는 CR리츠이다. 이는 지금까지 CR리츠만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회사 설립 및 법인세 면제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4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반 리츠도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리츠와 달리 부동산펀드는 회사 형태가 아니므로 회계 감사 등을 받지 않는다. 대신 부동산 전문인력을 두어야 하고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등 자산운용업법상 규정을 따라야 한다. 자금 규모에 따라 대형 오피스 빌딩이 아닌 상가 건물에도 투자하며 아파트 개발사업 등 투자 범위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경매 전문가들이 부동산 경매 물건에 투자, 이익금을 배분하는 ‘부동산 경매 펀드’도 개발됐다. 현대증권과 와이즈에셋운용이 1월에 개발한 이 펀드는 1,000억원 어치가 10분 만에 매진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부터 도입된 ‘종합부동산세’ 규정상 리츠는 분리과세 대상이나 부동산펀드는 그렇지 않아 다소 불리하다. 분리과세 대상이 아니면 펀드에 편입되는 부동산이 늘어날수록 과세표준이 커져 세금이 누진 적용된다.
◆ 상품의 수익성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거의 대부분 돌려주기 때문에 연평균 수익률이 7~10%로 매우 높은 편이다. 리츠의 경우 만기 청산 때 이익금이 특히 높다. 상법에 따라 매년 당기 순이익의 10%를 배당하지 않고 적립해 두었다가 만기에 한꺼번에 지급하고, 그 사이에 부동산 자체 가격이 상승했을 경우 매각 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장기 보유 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부동산 자산관리전문회사 코람코의 리츠인 ‘코크렙’을 예로 들어 보자. 코크렙 1호는 2002년 공모자금 240억원을 포함, 5개 시중은행과 4개 보험사, 그리고 한화석유화학이 총 1,330억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이를 한화 대아 대한빌딩 등에 투자, 임대수익으로 매년 9~11% 가량의 배당금을 6개월마다 투자자에게 배분했다.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돼 안정적인 주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거래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어 환금성도 입증됐다.
특히 주가가 폭락하면 다시 상승하기 전까지 원금을 회수할 길이 없는 일반 주식과 달리, 리츠는 갑작스러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실률이 높아져 임대 수입이 적어져도 건물 자체를 보유하고 있어 조기 청산·매각하면 원금까지 손해 볼 확률이 매우 적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 지속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리츠의 주가가 6,000원 이상으로 급등,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처음 참여한 주주는 액면가 5,000원에 주식을 매입해 연 9~11%의 배당금을 그대로 챙길 수 있지만, 6,000원에 주식을 사면 그만큼 배당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펀드 - 부동산 펀드의 종류
대부분 대형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리츠에 비해 부동산 펀드는 투자 대상이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만큼 투자자들이 사7전에 알아야 하는 정보도 많다는 뜻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 측에서 사전에 담보를 설정하는 등 각종 사고 대비책을 세워 두기는 하지만, 판매사 측에서는 해당 상품의 장점만 부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투자자들이 사전에 편입 물건이나 개발사업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 대상에 따라 수익률도 다양한데, 대체로 수익률이 높을수록 위험도도 높은 편이다. 다양한 부동산 펀드의 투자 대상과 각각의 주의점을 살펴본다.
▦프로젝트 파이낸싱형 :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는 형태다. 담보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예상수익률이 대부분 연 7%선에 그치며 운용 기간은 건설 기간과 비슷하다. 일반분양을 마쳤는지, 아니라면 사업성 있는 단지인지, 담보 설정은 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법원 경매형 : 경매물건을 저가에 낙찰 받으면 높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관련 지식이 필요해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증권이 1월에 내놓은 1호 펀드는 전문회사가 경매물건을 낙찰 받아 임대 후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구조로, 목표수익률은 연 10%선이었다. 현대증권은 2, 3호 경매형 펀드도 차례로 모집할 예정이다.
▦임대형 : 빌딩 등 실물 부동산을 매입해 임대수익을 얻다가 일정기간 보유 후 되팔아 시세차익까지 얻는 형태로 리츠와 거의 같다.
▦해외투자형 : 해외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해외 부동산펀드, 리츠를 대상으로 한 펀드로 현재까지는 사모 형태만 나왔다.
▦직접 개발형 : 토지 매입에서 개발·임대·매각까지 모두 부동산 펀드 자금으로 진행하며 수익이 높으나 투자위험도 높다.
최진주기자
■ 리츠/ 리츠 규제 확 풀린다
그동안 시중 부동자산의 건전한 부동산 투자를 가로막았던 규제가 4월부터 완화, 일반 부동산투자의 설립이 활성화할 전망이다.
13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일반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의 설립 자본금 요건을 당초 5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4월 23일부터 시행된다. 새로운 시행령은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일반리츠 회사 설립을 허용, 법인세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자본금의 50%까지를 현물로 출자해 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현재 금지되고 있는 차입 및 사채발행도 자기자본의 2배까지 허용토록 했다.
이처럼 각종 규제가 해소될 경우 리츠가 대도시 중심상권 건축물 개발에 총 자산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어 관련 시장이 크게 활성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정 투자수익이 보장되는 곳에는 투자한도 제한이 없어져 자산 전부를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리츠는 총자산의 30% 내에서만 투자할 수 있었으나 한도 폐지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건교부는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개발사업으로 특별시 광역시 신도시(100만평 이상)내 중심상권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인수하는 사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리츠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 침체된 부동산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되고, 리츠가 시중의 부동자금을 상당부분 흡수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면서 "투자 활성화 대책과 더불어 준법감시인 제도 등 투자자 보호장치도 충분히 마련해 놓았다"고 말했다.
제도개선과 함께 연기금이나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투자하는 정부의 종합투자계획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SOC에 투자할 대형 펀드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여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이 전반적으로 활성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시세차익보다는 수익률 위주로 부동산 투자의 패턴을 바꾸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4월부터는 리츠 등 부동산간접투자 시장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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