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관은 그림자다. 뛰어난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의 뒤에는 항상 유능한 보좌관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영광은 의원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17대 국회에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의원과 보좌관 관계가 과거와는 달리 보다 수평적으로 변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 우리는 동지
오영식 의원의 차성수 보좌관. 오 의원이 전대협 2기 의장일 때 정책위원을 지냈다. 오 의원이 고려대, 차 보좌관이 서울대로 대학은 달랐지만 둘 다 85학번이다. 지금도 운동권 시절처럼 서로를 존중하는 동지로 지낸다.
이번 국회 들어 의원과 보좌진의 동지적 관계가 유난히 눈에 띈다. 김형민(우원식 의원) 신영대(한병도 의원) 박완주(이기우 의원) 보좌관도 이 유형이다. 술을 못 마시는 한병도 의원은 친구인 신 보좌관이 취하면 대리운전을 해주기도 한다.
한 보좌관은 운동권 선배인 의원에게 "형이 동지가 아닌 부하직원으로 대하는 순간 나는 떠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늘어난 전문가, 정무형 여전
전문가 출신도 많아졌다. 이목희 의원의 이태흥 보좌관은 영국 힐 대학 산업정책학 박사로 노사정위 경제사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강창일 의원의 김천우 보좌관은 SK그룹 상무 출신. 강봉균 의원의 임근상 보좌관은 리스금융사 해외법인 사장, 이종구 의원의 윤건수 보좌관은 대외경제연구소 연구원, 송영길 의원의 이성로 보좌관은 재경부 서기관 출신이다.
민주노총 변호사였던 강문대(단병호 의원) 보좌관처럼 변호사도 제법 많다.
이승훈(최재천 의원) 정영훈(노회찬 의원) 김준기(이원영 의원) 보좌관, 윤승현(장윤석 의원) 비서관이 그들이다. 강세원(안병엽 의원) 이호찬(박영선 의원) 보좌관은 미국 변호사다.
총선 때 참모나 당료들이 옮겨온 정무형도 흔하다. 강희용(전병헌 의원) 박정서(최규식 의원) 송창욱(이은영 의원) 보좌관, 이병희(이경숙 의원) 비서관 등이 그런 케이스다.
◆ 불안정한 신분, 잡다한 일
4급 보좌관 연봉은 6,000만원 선으로 적지 않다. 그러나 직업 안정성은 크게 떨어진다. 국정감사에서 기량을 발휘 못하면 보따리를 싸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회 사무처는 "매달 4~9급 보좌진 30여명이 교체된다"고 밝혔다. 잡일도 많다. 공청회 행사포스터 도배, 집안 대소사 챙기기를 보좌관에 맡기는 의원도 많다.
이 와중에서도 C 보좌관처럼 16년째 의원회관에서 근무하는 생존형도 있다. 그는 "4년 만 더 근무하면 노후에 연금이 월 180여만원 나온다"고 말했다. 임채정 정세균 천정배 의원의 보좌진은 16대 그대로다. 중진일수록 이런 성향이 강하다. 최고령 보좌관은 원내 최고령인 이용희(74) 의원의 김택현(59) 씨.
◆ 꿈을 키우는 보좌관들
김범모(최규식 의원) 정광모 (조성래 의원) 보좌관처럼 자기계발형도 있다. 이들은 ‘여민동락’이라는 공부모임을 만들어 매월 외부전문가를 초청, 토론을 벌이고 있다.
보좌진이 단체장이나 금배지로 진출하기도 한다. 서갑원 조정식 이화영 의원 등이 대표적.
한 보좌관은 "국가 정책과 법을 만드는데 나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훗날 큰 꿈에 도전해 볼 수 있어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