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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다자외교 전도사에 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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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다자외교 전도사에 볼튼?

입력
2005.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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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시 대통령은 1기 때 일방주의적 외교노선의 적극 지지자인 존 볼튼 전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을 신임 유엔대사에 지명했다. 조만간 유엔대사 임명 청문회 때 볼튼을 반대하는 민주당의원들과 한바탕 설전이 예상된다. 그는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번 취임 직후 밝힌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한 다자주의적 외교'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체니 부통령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앞서 볼튼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 자리를 얻지 못했던 것은 라응決? 장관이 주도하는 다자주의적 외교노선이 미 외교의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상징적 징후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번 유엔대사 자리에 볼튼이 지명된 것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강경노선에서 다자주의적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판단에 회의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강경 극우파인 제시 헬름 전 상원의원조차도 "볼튼은 선악의 마지막 대결전에서 함께 하고 싶은 인물이지만, 다른 국가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엔대사로는 최악"이라고 말할 정도다.

콧수염에 안경을 쓴 둥근 얼굴의 볼튼은 인자한 동네 아저씨를 연상케하나 그의 강경하고 %과격한 면모는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드러났다. 그는 이란 콘트라 스캔들에 관한 하원과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의 조사를 온몸으로 막았다.

이런 저돌적인 자세로 그는 국무부의 국제기구담당 부장관을 지냈고, 강경보수파 진 컥 패트릭 같은 인사들이 주도하는 기업연구소(AEI)의 핵심 맴버로 활동했다. 1994년 회의 석상에서 그는 "유엔본부 건물이 10 층쯤 무너진다 해도 세상에 큰 변화는 없다"며 국제정치관의 일단을 드러냈으며, 탄도미사일 방어조약의 탈퇴를 주장하고, 군축문제에 대한 유엔의 노력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반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파월 전 국무장관은 체니 부통령이 볼튼을 국무차관으로 천거했을 때 난색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채 몇 달도 안돼 볼튼은 상관인 파월보다는 체니 부통령이나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 보수파와 장단을 맞추고 있음이 자명해졌다. 2001년 그는 유엔 무기불법거래방지 회의에서 비군사용 총기 거래 규제는 미국 헌법에서 인정하는 총기소지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생화학무기에 대한 국제적 검증 강화를 위한 유엔회의도 방해했으며,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등의 범죄를 다루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를 설립하기위한 98년 로마 협정에도 반대했다. 게다가 그는 쿠바가 생물무기 개발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미 정보기관과 한동안 마찰을 일으켰고, 2003년 7월에는 시리아의 대량 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의회에서 증언하려다 정보기관 분석가들의 반대로 철회하기도 했다.

같은 달 볼튼은 당시 미북간 해빙무드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의 연설을 통해 북한인민의 삶을 지옥으로 묘사하고 김정일을 전제적인 독재자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당시 여러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그가 김정일을 자극함으로써 북한의 다자 회담 거부를 노린 의도된 발언으로 분석했다.

부시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길을 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이런 볼튼이 과연 미국이 최근 천명한 ‘다자 외교’를 제대로 수행할 지는 의문이다.

짐 로브 美인터프레스통신 국제담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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