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전기를 이용하는 연료전지 자동차의 조기 상용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친환경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데다 각국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11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투싼 연료전지차를 시승한 것에 대해 고무돼 있다. 올해 1월 개발에 성공한 현대차의 투싼 연료전지차는 수소 한번 충전으로 300㎞까지 달릴 수 있고 시속 150㎞의 최고속도를 자랑한다. 특히 투싼 연료전지차는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연료전지차 시범운행 및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 사업’에도 포함돼 앞으로 5년간 미국 전역에서 시범 운행된다.
연료전지차는 무공해 자원인 수소와 산소를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자동차다. 전기 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함께 사용, 최근 각광 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능가하는 에너지 효율뿐 아니라 물 이외엔 배기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무공해 자동차로 친환경 미래차차의 대명사다. 이 때문에 세계 자동차 업계는 연료전지차 개발에 회사의 사활을 건 장기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경우 GM을 중심으로 한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2010년 상용화 실현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고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도 이미 2002년 12월 세계 최초의 연료전지 자동차를 시판한 데 이어 연료전지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연료전지차 개발은 각국 정부도 적극 지원하고 나서 국가전 양상을 띄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000년 11월 다임러-벤츠의 연료전지차인 ‘네카 V’(Necar V)를 언론과 일반에 직접 소개했%F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2002년 2월 총리 관저에서 도요타와 혼다가 개발한 연료전지차의 시승식을 가졌다. 미국도 연료전지차 개발 및 수소공급 인프라 기술 개발 등을 위해 ‘프리덤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2006년까지 5억달러의 예산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21억 유로가 투입되는 ‘6차 프레임 워크’ 프로그램 하에 연료전지차 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조차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연료전지차를 선보인다는 야심에 찬 ‘863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연료전지 자동차 상용화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연료전지차가 일반화하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한 충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기득권과 함께 막강한 로비력을 자랑하는 거대 석유 자본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연료전지차 개발은 대규모의 투자 비용이 요구되는 데 비해 양산화 시점의 불확실성 때문에 개별 기업이 투자를 집중하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큰 사업"이라며 "친환경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적어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2020년엔 하이브리드 및 연료전지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 2030년에는 80% 이상 점유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늦었지만 업계와 정부가 합심하면 친환경 미래형 자동차에서는 우리도 시장의 선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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