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성균관 대성전. 꽃샘추위도 아랑곳 않고 백발이 성성한 유림들이 제복(祭服)을 입고 도열해 있다. 장엄한 분위기 속에 축문이 낭독되고 향이 피워지고 제례악이 연주된다. 2005년 춘기 석전대제(釋奠大祭)를 하루 앞두고 열린 리허설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인 석전대제는 매년 봄 가을,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인들에게 올리는 제례의식. 현장실무를 총괄하는 최영갑(42) 성균관 총무처장이 특히 바쁘다.
"두 달 전부탤? 정신 없지요. 3일전부터 음주를 삼가고 상가집에 가지 않으며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누가 보든 안보든 나쁜 행위를 하면 안되고 매일 목욕재계 하지요. 12년째 참례하고 있지만 떨리고 조심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제사는 초헌, 아헌, 종헌, 음복, 철변두(제기를 거두는 절차), 망요례(축문을 불로 태워서 땅에 묻는 의식)의 순서로 한시간 반에 걸쳐 이뤄진다. 남자는 4번, 여자는 2번 절을 한다. 중심 음식은 소와 돼지, 양 등 3가지 생고기. 음식을 담는 그릇마다 이름과 의미가 따로 정해져 있다. 최씨는 석전대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음식을 나눠먹는 음복이라고 했다. 제사상을 거두기 전 성균관 직원들은 고기와 술을 포장해 청와대와 총리실, 문화광관부 등에 보낸다.
"중국에서는 공자가 돌아가신 뒤 기원전 478년 노나라 애공 때 첫 제사가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717년 신라 성덕왕 때 처음 열렸지요. 그러나 현재 전통방식의 제를 올리는 곳은 세계적으로 성균관 뿐입니다. 중국은 문화혁명 때 공자가 대표적인 봉건잔재로 타도대상이 되면서 명맥이 끊어졌지요."
지난 해 7월 그는 최근덕 성균관장 등 50여명과 함께 공자 탄생지인 중국 산둥성 취푸(曲阜)를 찾아 제사를 재현했다. ‘성지순례’ 차원이었으나 중국인들의 반응은 놀람 그 자체였다. "각종 제수용품과 제복을 가지고 가 5박6일간 석전대제를 보여줬습니다. 공자 후손들도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중국인들은 정작 우리가 원형을 계승, 보존하고있다는 점을 부러워하면서도 고마워하더라고 했다. 지금은 관광객들 대상으로 비슷하게 이벤트성으로 따라 한다는 얘기도 듣고 있다. 이번 석전대제 참관차 방한한 최용수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본고장을 오히려 각성시킨 한국의 방식을 참조해 중국도 원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나주 출신인 최씨는 성균관대 유학과를 나와 ‘선진 유가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쳤다. 외할아버지가 훈%6장선생님이었던 덕에 일찌감치 한학에 접%했던 영향이 컸다. 이번 석전대제에는 서울 근교의 유림 1000여명과 외국인, 일반 시민들도 많이 올 예정이다. 그래서 대성전 안의 진행상황을 밖에서도 볼 수 있도록 대형 화면도 준비했다.
"제사를 흉례(凶禮)로 알고 있는데 사실 길례(吉禮) 입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흐트러진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좋은 자리입니다. 세계 4대 성인 중 가장 학문을 중시한 분인 만큼 대입 학부모들도 와보시면 좋습니다."
박석원기자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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