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챔피언 결정 2차전이 열린 수원실내체육관. 2쿼터 막판 우리은행의 박명수 감독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리드를 지켜가던 우리은행 선수들의 플레이가 눈에 띄게 느슨해지더니 급기야 역전까지 허용한 것. 경기 전 "우리에게 가장 큰 적은 방심"이라고 강조했던 박 감독이기에 잔뜩 굳어진 얼굴은 쉬이 펴지지 않았다.
이후 선발 전원을 벤치에 앉히는 극약 처방을 내린 박 감독은 28-27로 앞선 상황에서 전반을 마쳤다. 12분간의 하프타임. 박 감독의 앙 다문 입술은 열리지 않았다. 라커룸 대신 경기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라커룸에서 큰 소리치는 대신 선수들 스스로가 알아서 정신을 차리라는 무언의 외침이었다. 그리고 20분(3~4쿼터 시간) 후. 그 외침은 승리의 메아리로 돌아왔다.
우리은행이 챔피언 등극에 바짝 다가섰다. 우리은행은 1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5KB스타배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 결정(5전3선승제) 2차전에서 57-47로 삼성생명을 따돌렸다. 이로써 2승이 된 우리은행은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챙기면 챔피언 반지를 끼게 된다. 우리은행의 센터 2인방 이종애(14점 13리바운드)-김계령(11점 8리바운드)이 골밑을 확실히 장악했고, 후반에 나온 ‘식스맨’ 김지현(6점)이 뒤를 받쳤다. 3차전은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우리은행의 박 감독은 경기 후 "경기도 안 끝났는데 선수들이 너무 나태해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이기고도 이렇게 치욕스러운 경기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오래 끌 것 없이 3연승으로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2쿼터 막판 코트로 나가려다 박 감독에게 잡혀 벤치에 앉은 김영옥은 "팀 포인트 가드로서, 또 맏언니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지 못한 것 같아 내 자신에게 너무 분통이 터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수원=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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