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관제(官製)’ 방송 뉴스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선전강화를 위해 뉴스를 제작해 배포하고 지방 방송국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 방송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당연히 미국의 주요 언론은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이용해 시청자에 의도된 혼란을 주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법무부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11일 "정부의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 보도는 정부 제작 사실을 감춰도 합법"이라고 유권 해석을 내렸다. 제작자가 정부라고 알려도 명백한 불법 '비밀 선전'(Covert Propaganda)에 해당한다는 지난달 말 의회 회계감사원(GAO)의 공개 경고를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TV시청자들은 정부가 방송 뉴스 형식에 딱 맞게 제작 배급해 방송사는 틀기만 하면 되는(Prepacked News) 정부 찬양 방송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이런 뉴스는 대개 방송사가 직접 제작한 객관적 독립 보도인 양 꾸며져 있다. 기자 신원을 얼버무리거나 가상의 기자를 만들어 내고, 홍보회사 직원이 마이크를 들기도 한다. 전직 유명 기자가 옛 명성을 이용해 '워싱턴에서 ○○○이 보도했습니다'고 시청자를 속여 넘긴 마약통제국 제작 뉴스는 300개 방송을 통해 2,200만명이 시청했다. 육군·공군 국내뉴스부가 지역 방송사 수요에 맞춰 해당 지역 출신 이라크참전 장병 인터뷰를 넣은 '맞춤 뉴스'를 제작해 공급하기도 하는 등 관제 방송 뉴스를 이용한 홍보 전략은 치밀하다.
정부 비판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일방적 홍보 성격이지만, 미 행정부는 이를 ‘좋은 뉴스’(Good News)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국무부 한 당국자는 지난해 하원에서 "부시 행정부는 ‘좋은 뉴스’가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전략 무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공보관리들은 "진실 보도이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시청자에게 유익한 보도들"이라고 주장하지만, 미 언론들은 관제 방송 뉴스가 국내 선전을 금지한 1941년 연방법 위반이자 언론 윤리 위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관제 방송 뉴스는 국민을 담보로 이익을 나누는 정부와 방송사의 공생 관계 때문에 더 번성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지역 방송은 자체 제작 비용을 아끼고, 홍보회사는 정부 계약을 따내고, 배급을 맡은 전국TV네트워크는 정부와 방송사에서 이중으로 돈을 받고, 행정부는 보도를 가장해 ‘미션 메시지’(Mission Message)를 내보낸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와 이중 삼중의 복잡한 방송뉴스 배급망은 관제 꼬리표를 자연스레 ‘세탁’하는 데도 한 몫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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