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타오를 것 같던 불꽃 같은 사랑이 식어갈 때, 우리는 허무하게 묻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혹은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세상 다 얻은 듯한 환희에 빠지기도, 세상 다 끝난 듯한 절망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걸까.
KBS 1TV에서 15일 첫 방송하는 3부작 감성과학 다큐멘터리 ‘사랑’(연출 송웅달·화 밤 10시)은 첨단과학의 힘을 빌려 사랑의 실체에 조심스럽게 다가간 흥미로운 작품이다.
1편 ‘900일간의 폭풍’에서 가톨릭대 채정호 교수팀은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해 만난 지 100일 전후 연인 5쌍의 뇌를 들여다본다. 애인의 사진을 보여주자, 한결같이 대뇌 속에서 본능을 관장하는 미상핵 부위가 활성화했다. 연인들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게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은 이 때문.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속설도 미상핵에서 많이 분비되는, 쾌감을 일으키는 신경물질 도파민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6개월 뒤 2차 촬영에서는 활성 부위가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피질로 옮겨갔다. 이는 "폭풍 같은 열정적 사랑은 연애 1년을 전후해 급격히 약해지며, 길어야 900일을 넘지 않는다"는 미국 코넬대 신시아 하잔 교수의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고작 1년이라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열정은 사랑의 한 요소일 뿐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애착 등 다른 양태로 발전해간다"면서 "평생 열정적 사랑에 불탄다면 지쳐 쓰러지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22일 방송되는 2편 ‘SEX 37.2°’는 성애(性愛), 29일 3편 ‘사랑의 방정식 5대1’은 깊은 애착의 단계를 다룬다. 각각 ‘사랑하면 건강해진다’ ‘사랑하면 오래 산다’는 부제가 붙었다.
감성과학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사랑’은실험 외에도 국내외의 연인 100여쌍을 인터뷰 해 예쁜 HD 영상에 담았다. 눈에 ‘콩깍지’가 씐 연인들의 고백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 기법까지 동원된 화려한 ‘포장’이 심층 과학 다큐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송 PD는 이런 지적에 대해 "과학을 통해 사랑을 말하고 싶었지, 사랑을 통해 과학을 얘기하려 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