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세·르네상스 古음악 찬란한 향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세·르네상스 古음악 찬란한 향연

입력
2005.03.14 00:00
0 0

서양 클래식음악 전통에서 우리가 비교적 잘 아는 것은 주로 바흐 이후의 고전 음악이다. 하지만 중세부터 르네상스, 초기 바로크 시대에 걸친 고음악은 대체로 낯설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고음악은 연구도 연주도 극히 빈약한 편이지만 2,3년 전부터 유럽 연주자들이 찾아와 고음악을 소개하면서 조금씩 애호가 층을 넓혀가고 있다.

스페인 연주자 호르디 사발(64)은 고음악 개척의 영웅 중 한 명이다. 1991년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의 음악을 맡아 대중에게도 친숙해진 그는 30여년 전부터 고음%악에 헌신해왔다. 조국 스페인의 고음악을 비롯, 중세·르네상스 음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데 주력해온 그는 최고의 비올라 다 감바(첼로와 비슷한 옛날 악기) 연주자이면서, ‘에스페리온(Hesperion) 21’ 등 고음악 전문 앙상블 3개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2003년 비올라 다 감바 독주회로 한국을 처음 찾았던 호르디 사발이 ‘에스페리온 21’을 이끌고 다시 온다. 19일 서울 LG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 안산, 경남 통영, 울산에서 독주회 2회를 포함해 모두 다섯 차례 음악회를 한다. 통영 공연은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의 일부다.

‘에스페리온 21’은 중세·르네상스 음악전문 앙상블로 기악과 성악을 모두 다룬다. 1974년 ‘에스페리온 20’으로 출발, 세기가 바뀌면서 ‘21’이 되었다. ‘에스페리온’이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스페인·포르투갈의 이베리아 반도와 이탈리아 반도를 가리키던 말 ‘에스페리아’에서 나왔다. 이름이 시사하듯 ‘에스페리온 21’은 그리스부터 스페인까지 지중해권 남부 유럽의 고음악을 주로 연주하면서 인접 아랍권인 북아프리카와 멀리 동쪽으로 중동과 인도 북부까지 음악적 탐험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 프로그램도 중세·르네상스 시절 스페인 음악 뿐 아니라 그리스에 정착했던 중세 유대인의 음악,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인도 북부 아프가니스탄의 음악을 아우르고 있다. 16세기 스페인 음악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디에고 오르티즈, 17세기 이탈리아의 타르키니오 메룰라, 프랑스의 마랭 마레, 서양음악의 아버지 J.S. 바흐의 음악도 들을 수 있어 가히 고음악의 찬란한 향연이라고 할 만하다.

이처럼 폭 넓은 레퍼토리는 중세 유럽이 아랍의 영향을 받은 연고로 유럽 음악과 아랍 음악이 공통의 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특히 사발의 조국 스페인은 16세기까지만 해도 아랍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뒤섞인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9세기부터 이베리아 반도에 상륙한 이슬람은 1492년 마지막 거점인 그라나다가 함락될 때까지 수백 년 간 머물며 스페인 문화에 광채를 더했다. 스페인 음악에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란과 비슷한 특징이 발견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문화의 풍성한 유산이 거름이 되어 16세기 스페인은 음악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한편 호르디 사발의 독주회는 중세부터 후기 바로크까지 비올 음악의 역사를 더듬는 무대다. 비올은 오늘날 바이올린 족과 비슷한 중세·르네상스 시절의 옛 악기군이다. 사발은 그가 주로 연주하는 비올라 다 감바를 비롯해 바이올린 크기의 고음역 트레블 비올, 기타처럼 생긴 비후엘라 등 3종의 비올로 연주한다. 독주회 1부는 중세·르네상스 음악이고, 2부는 토비아스 흄, 마랭 마레, 포르큐레 등 영국과 프랑스 음악을 주로 연주한다. 1부 프로그램에는 알제리, 모로코 음악이 포함돼 있으며 이 곡들은 타악기 연주자 페드로 에스테반이 북을 두드리며 함께 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