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미취업자가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짧고, 직장도 그만큼 빨리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의 ‘한계노동력 경제활동 참가형태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미취업자가 취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2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평균 4.25년, 미국 3.5년(모두 1990년대 중반 기준)보다 훨씬 짧은 것이다.
보고서는 98~2002년 5년간 2만2,182명을 대상으로 노동시장 진입, 퇴출, 노동형태 등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미취업자 7,530명을 추적한 결과 여성(18.5개월)보다는 남성(13.5개월), 고졸미만(18.5개월)이나 고졸(16.0개월)보다는 대졸이상 고학력자(15.9개월)가 새 일자리를 빨리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5~24세가 새 직장을 찾는데 23.5개월이 걸려 미취업 지속 기간이 가장 길었다. 25~54세 15.2개월, 55~64세 12.7개월 등으로 나이가 들수록 다른 직장을 빨리 구했다.
취업 후 5년 내 다시 실직 상태로 돌아가는 비율은 15~24세 78.5%, 25~54세 78.8%, 55~64세 87.9% 등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다시 찾은 직장에서 빨리 그만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적으로 미취업 상태 돌입 후 5년 내 취업하는 비중은 58.4%에 달했으나 이 중 80.6%가 다시 미취업으로 전환, 고용의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비경제활동(비경활) 상태에서 취업이 되는 기간은 평균 17.7개월로 미취업자가 취업하는데 소요되는 기간(17.2개월)보다는 약 보름이 길었다. 비경활 상태란 만 15세가 넘은 인구 중 일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것을 뜻하며 미취업자는 비경활 인구와 실업자를 합쳐 집계한다.
조사 결과 전체 62.8%가 비경활을 경험했으며 남녀 비율은 각각 43.4%, 79.7%로 나타나 가사노동 등으로 비경활로 돌아선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주 36시간 이상 노동, 주 36시간 이상 노동, 실업, 비경제활동 등 4가지 범주로 취업상태를 나눠 살펴본 결과 5년간 노동형태가 변하지 않은 경우는 30.6%에 불과했다. 반면 1번이 4.36%, 2~5번이 27.5%, 6번 이상은 37.6%에 달해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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