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일진회(一陣會)’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조직 광역화, 섹스머신 놀이 등을 고발한 어느 교사의 경찰청 강연(9일)이 계기가 됐다. 경찰은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스쿨폴리스, 집중단속 등 대책을 쏟아냈다. 불입건 요건까지 명시한 자진신고안을 두고 스스로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새로울 것도, 참신할 것도 없다. 여전한 자화자찬과 강력한 선전포고를 내세웠지만 경찰은 학교폭력과의 전쟁에서 10년 가까이 패퇴해 오고 있다. 그럴 때마다 패장은 "앞으로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뿌리뽑겠다"는 말을 남겼다.
학교폭력 대책은 이미 1997년에 완성돼 있다. 그 해 일진회와 연관된 폭력으로 학생들의 죽음이 줄을 이었다.
이번에 내놓은 '전쟁 대책'은 당시의 자진신고, 피해신고엽서, 블루존 등보다 썩 나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스쿨폴리스는 당시 발표된 공익근무요원 학교상주나 폴리스교사 등과 이름만 바뀌었다. 자진신고 역시 학생들의 의지에 맡긴다는 고전적 방편에 다름 아니다.
작년 이맘때도 그랬다. 당시 최기문 경찰청장은 "세이프존과 통학로에 폐쇄회로TV를 설치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책반과 전담경찰관도 배치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까지 가동했다. 하지만 실상을 밝힌 것은 전쟁을 치른 경찰이 아니라 전장에서 부대낀 한 교사였다. 경찰 총수의 '다짐'은 공허했던 셈이다.
계속된 패배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부서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계와 폭력계가 서로 관할을 미루다 보니 일진회의 조직과 활동에 대한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새 경찰 총수의 '출사표'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크다.
고찬유 사회부기자jutdae@h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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