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고향에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1967년 한반도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지금까지 지역전문가로 일하고 있으니 한국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죠."
28일 부임하는 팜 띠엔 번(56·사진) 신임 주한 베트남 대사는 베트남 외교부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반도 최고 전문가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67년 국비유학생으로 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문학을 전공하고 직업외교관이 된 뒤 평양과 서울을 번갈아가며 한반도에서 근무한 기간만 무려 20년이 넘는다.
평양에서 72~75년, 79~82년, 89~92년 3차례 근무한 데 이어 서울에서도 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공사로 일했다. 그는 "베트남의 지도자들과 일반 국민들이 한국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사로 부임하게 돼 보람과 함께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겸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 한국의 기업 총수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그는 경제문제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
번 대사는 "양국 간의 교역 규모가 지난해 40억 달러 선을 넘어선 가운데 작년에만 베트남측의 적자가 27억 달러나 됐다"며 "한국측이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와 베트남 근로자들에 대한 한국취업 기회 확대, 베트남제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 완화 등을 통해 무역불균형 해소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외교부 내에서 가장 한국어가 유창한 외교관으로 알려진 그는 정치 지도자들의 방한 때 ‘명통역’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95년 도이 머이 당시 공산당 서기장, 2001년 쩐 득 렁 국가주석, 2003년의 판 반 카이 총리의 방한 시 동행해 큰 역할을 했다.
가족도 모두 지한파다. 부인인 주엉 티 중(56)씨는 번 대사와 같은 고등학교 동기로 67년 함께 북한에 유학했고 현재 공산당 아시아국 부국장으로 일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전문가. 장남 흐엉(30)씨가 경희대 대학원(국제정치학)을 나와 직업외교관의 길을 걷는 등 아들 3명이 모두 한국 대학에서 공부했다.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이란 말로 표현한 번 대사는 "한국과 베트남은 분명히 불행한 과거사를 갖고 있지만 양국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가 우호와 협력의 틀 안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대사로서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노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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