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하이드(공화)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한국 국방백서에 북한 주적 개념이 삭제된 것을 정면 비판, 한미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하이드 위원장은 이날 위원회가 ‘6자 회담과 북한 핵’을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서 북한 주적 개념을 삭제한 2004년 국방백서에 대해 "서울에서 나오는 안보 문제의 혼란스런 신호"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낸 뒤 "한국이 유사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에게 당신의 적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국방백서에 주적 개념을 빼고서 동시에 미국이 한반도 분쟁 발생시 이라크에 파견한 미군 병력 15만 명보다 4배가 넘는 69만 명을 파견할 것이라고 한 것은 "혼란을 일으키는 분명한 모순"이라며 "그것은 미국의 자원이 이미 다른 곳에 묶여 있는 때 큰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이 개인적 견해인지, 공화당내 다른 의원들의 입장까지를 대변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든 미 대외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하원 국제관계위 위원장의 공개적인 대한(對韓) 불만 표출은 의회 내 강경파의 목소리를 자극함으로써 미국과 한국 정부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실제로 북한의 2·10 핵 보유 선언후 미 의회 내에 대북 강경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최근 워싱턴에서 의원 외교를 폈던 한미 외교협의회 소속 의원들의 전언이기도 하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미국 의원 면담 결과 한미 공조를 위한 한국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특히 "의회는 그 같은 대규모 병력 배치의 함축적 의미를 검토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의회의 ‘실력 행사’가능성을 우회적으로 비치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의 대북 지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주목된다. 하이드 위원장은 "한국과 중국 정부의 과도한 대북지원 정책이 북한의 핵 협박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에 대북지원을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의 톰 랜토스 의원도 "대북 경제지원은 북한이 현실적인 합의에 나서도록 할 유인책을 감소시켰다"며 서울과 워싱턴의 공동 전선 마련을 촉구했다.
하이드 위원장 같은 강성 목소리가 미 의회 전체를 지배한다거나 미 정부 정책에 바로 반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랜토스 의원이"미국은 북한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북한의 협상자들을 다뤄야 한다"고 밝힌 데서도 드러나듯 강경론을 견제하는 흐름도 만만찮다. 그러나 6자 회담의 교착 국면이 길어질수록 미 의회에서 대북 강경론이 세를 불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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