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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종일 대공방/ 1弗=1,000원 "지켜라" "깨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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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종일 대공방/ 1弗=1,000원 "지켜라" "깨뜨려라"

입력
2005.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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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을 지켜라."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선 ‘1달러=1,000원’을 둘러싼 대 전투가 벌어졌다. 원·달러 환율을 세 자릿수로 밀어내려는 시장세력과 네 자릿수를 사수하려는 외환당국 사이에 하루종일 일진일퇴의 불꽃 공방이 계속됐다.

★관련기사 A17면

오전 9시. 외환시장이 열리기도 전 ‘달러 팔자’주문이 쏟아졌다. 개장가는 999원. 1,000원 벽은 맥없이 무너졌다. 미국의 무역수지악화 전망으로 새벽(한국시간)에 마감된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엔화와 유로화에 약세를 보인 탓이었다. 역외시장(NDF)에선 투기세력까지 가세해 1,000원이 이미 깨진 터였다. 환율은 별 저항 없이 990원대 초반까지 밀려났다.

오전 11시. 일본에서 뜻밖의 ‘폭탄발언’이 전해졌다. 고이즈미 총리가 "외환보유액 투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발 쇼크’가 그랬던 것처럼 국제 외환시장에서 투자다변화는 곧 달러화 매각으로 해석된다. 도쿄 외환시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세계 1위 외환보유국이 달러를 팔아치운다니…. 엔·달러환율은 곧바로 104.1엔에서 103.8엔으로 추락했다. 이 소식은 서울외환시장에 전해져 오전 11시25분 원·달러환율이 989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오전 11시30분. 외환당국이 결국 개입하기 시작한다. 한 외환딜러는 "2~3차례에 걸쳐 10억달러 이상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보기 드문 강력한 개입이었다. 진동수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시장에 대해 "5조원의 실탄(외환시장안정용 국채)이 대기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시간 한국은행에서는 박 승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박 총재는 작심한 듯 "과도한 환율하락은 방치하지 않겠다"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면 스무딩오퍼레이션(완만한 개입)을 넘어서는 개입도 가능하다"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당국의 물량 개입과 구두 엄포에 고이즈미 쇼크까지 진화되면서 오전 11시50분 환율은 순식간에 1,008원까지 치솟았다. 30분 사이에 989→1,008원으로 19원이나 폭등하며 지옥과 천당을 오간 것이다.

오후에도 공방은 중단되지 않았다. 큰 재료 없이 1,000~1,005원의 박스권 전투가 계속됐다. 종가는 1,000.30원. 당국은 간발의 차로 1,000원 벽을 사수했지만, 내용상으론 무승부였다. 이 싸움은 11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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