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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딜레마'/ 조폭용어 해석싸고 1심 유죄·2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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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딜레마'/ 조폭용어 해석싸고 1심 유죄·2심 무죄

입력
2005.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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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져 와."(흉기 챙겨 와?) "건너가 내용 들어봐."(상대를 기습공격해?)

조직폭력배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놓고 1심과 항소심 법원이 엇갈린 해석을 내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10일 부하들에게 다른 폭력단체 조직원을 폭행하도록 지시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교사)로 구속기소된 폭력단체 두목 박모(44)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1996년 10월 자신의 부하가 술값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폭력단체 조직원들로부터 폭행당하자 부하들을 이끌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상대 조직원들과 대치하던 상황에서 박씨가 "돈 가져 와"라고 소리를 지르자 부하들은 차량 트렁크에서 둔기를 들고 와 상대 조직원들을 제압했다. 이어 박씨는 부하들을 호텔로 모은 뒤 "우리 조직원이 많이 맞았다. 애들이 있는 방으로 건너가 자세한 내용을 들어 보라"고 지시했고, 부하들은 곧장 온갖 흉기와 둔기로 중무장한 채 상대 조직원들과 ‘전쟁’을 치러 1명을 숨지게 했다.

1심 재판부는 박씨의 말을 폭력배들간의 은어로 해석, 부하들에게 공격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박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부하들이 잘못 알아들었다면 박씨가 제지했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부하들이 ‘전쟁’ 결과를 박씨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이전에 이 같은 은어를 사용한 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범행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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