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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뺨치는 일진회/ 옛 '쌈짱' 소녀가 털어놓는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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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뺨치는 일진회/ 옛 '쌈짱' 소녀가 털어놓는 과거

입력
2005.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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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1진 놀이' 같은 거 손 씻으려고 해요. 취직해서 돈도 벌고 대학생도 되고 싶어요." 10일 오전 서울 강남 한 커피숍에서 이유진(가명·14)양을 만났다.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양은 160㎝ 정도의 키에 몸매도 평범한 순한 인상의 소녀였다. 하지만 이양은 지난 해 퇴학 전까지만 해도 서울 강동구 A여중 2학년에서 알아주는 '쌈짱'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 '물갈이'란 걸 해요. 일종의 신고식이죠."

초등학교 6학년 때 친하게 지내던 이른바 '잘 노는' 친구들을 따뻑? 일진회에 들었다는 이양이 A여중에서 '1짱'(학교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학생)이 된 것은 중학교에 입학한 지 1주일 뒤에 있었던 '물갈이' 자리에서. 매년 3월 중순이면 각 중학교에서 2~3학년 일진회 선배들이 신입생을 엄선한다. 일진(일진회 회원)을 희망하는 신입생들을 불러모아 놓고 초등학교 5~6학년 때의 전력과 외모, 싸움실력 등을 기준으로 서열을 정해주는 전입식을 갖는다. 이른바 '물갈이' 신고식이다.

2학년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노래방의 대형 룸에 모아놓고 돌아가며 린치를 가해 군기를 잡은 뒤, 인근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동기생 간에 서열을 가리는 '맞짱'을 시킨다. 일 대 일 싸움으로 승부를 가리는 '맞짱'은 선배들이 지명한 신입생 두 명이 시작해, 승패가 갈리면 ‘맞짱’의 승자가 나머지 일진들 가운데 한 명과 다시 ‘맞짱’을 갖는 방식. 더 이상 도전자가 없을 때까지 계속된다. 이양은 "당시 ‘물갈이’에서 나보다 머리 하나 쯤 큰 키의 동기를 때려눕혔더니 더 이상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 걷는 건 기본이에요. 선배가 시키면 물건도 훔치고 잠도 같이 자야 돼요."

이양은 "일진회에 일단 들어온 뒤에는 선배 말에 무조건 충성하는 것이 철칙"이라고 했다. 선배들은 자신의 생일은 물론 ‘투투데이’(연애를 시작한 지 22일째 되는 날)와 같은 날을 만들어 매번 20만~50만원의 상납금을 할당했다. 후배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거나 길거리 혹은 PC방에서 아이들의 돈을 뺏어 원하는 액수를 채워야 한다. 그 돈으로 술을 마셨다. 이양은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시며 놀았다. 중간에 빠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술이 떨어지면 막내들이 특공대를 편성해 동네 상점에서 술과 안주를 훔쳐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양은 지난 해 초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서울지역 일진회 연합’ 선배가 개최한 ‘일락’(1일 락카페)에 갔다가 말로만 듣던 ‘섹스머신’을 목격했다. 서울 동대문의 한 허름한 창고를 빌려 사이키 조명까지 준비해 놓고 오후 2시부터 술자리가 벌어졌다. 취기가 오른 중3 선배 1명이 남녀 후배 각각 3명씩을 찍어 앞으로 나오라 했다. 이날 처음 만난 후배들은 선배의 지시에 따라 즉석에서 100여명의 회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옷을 완전히 벗고 성관계를 가졌다. 이런 ‘일락’은 주최자가 잘 나가고 돈이 많은 일진일 경우 500명 이상이 모이기도 한다.

이양은 "선배들은 여자 후배가 잠자리를 거절하면 때려서라도 원하는 대로 하기 때문에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며 "따로 애인이 있는 경우에도 선배가 원하면 그와 동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여학생 일진들은 종종 임신을 경험하게 되고, 이들은 부모의 동의서 없이 낙태수술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병원에 대한 정보를 선배나 동료들로부터 받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를 그만 두기 전에는 빠져 나오기 힘들다고 봐야죠."

일진회 내에서는 선배에게 찍히면 가혹한 보복이 돌아온다. 주먹이나 각목으로 때리는 건 얌전한 축에 속한다. 이양은 "한 친구는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선배가 머리를 유리창에 짓이기는 바람에 얼굴을 20바늘 이상 꿰맨 적도 있다"고 했다. 선배들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는 물론 학교나 부모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쌈짱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양은 7개월 전 부모님이 이혼을 하자 집을 나와 버렸다. 서울 시내 여관을 전전하다 경찰의 원조교제 단속에 걸려 퇴학을 당했다. 이후 일진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고 있다. 이양은 "학교로 돌아가면 다시 빠져 나오지 못할 것 같아 대입까지 독학으로 공부할 생각"이라며 "지난 일은 모두 잊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전성철기자foryou@hk.co.kr

■ "폭로 교사를 문제교사" 몰아붙여/ 시교육청, 일진회 덮기 급급

서울시교육청이 일진회의 실태를 폭로한 서울 J중 정세영 교사를 "과도하게 학생 생활지도에 나서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을 야기한다"는 등의 이유로 ‘공직수행 불성실자’로 지정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 교사가 그 동안 언론 등을 통해 수 차례 일진회의 실상을 폭로했지만 시교육청은 실태조사와 대책마련은 하지 않은 채 정 교사의 주장을 신빙성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정 교사를 문제 교사로 몰아붙이기만 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월15~17일 근무태도가 성실하지 못하다는 제보를 받고 정 교사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시교육청측은 "정 교사가 학생생활지도 과정에서 적극성이 지나쳐 무리한 측면을 보이고 있으며 교사 근무의 대부분을 생활지도에 치우쳐 활동하는 등 공직 수행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정 교사는 일부 일탈행위를 보이는 학생 또래집단을 폭력 집단인 일진회와 동일시해 해당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학생 학부모의 불만을 야기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정 교사가 일F진회의 실상을 폭로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9일에도 실태조사는커녕 정 교사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해명서를 내 빈축을 샀다. 시교육청은 이때 "정 교사는 평소 일진회 관련 투고를 많이 해 시교육청 등이 사실 확인을 위해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 조사를 했으나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정 교사는 폭로 당일에도 시교육청 관계자와 일부 학생 및 학부모들로부터 "근거가 뭐냐. 직접 확인했느냐"는 추궁을 당하며 밤 늦게까지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시 교육청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일진회 문제를 덮어두기에 급급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 일진회 인터넷 카페/ 카페끼리 사이버 연계 ‘릴레이 폭력’ 온상 조짐

일진회 인터넷카페는 포털사이트에서 ‘일찐’ ‘일진’ ‘일진회’ 등으로 검색만 하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막강 1진’ ‘특찐’ 심지어 ‘초딩 1진단’이란 것도 있다. 개중엔 친목을 위해 장난 삼아 일진회 이름을 딴 또래모임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자신의 서열을 입력해야 하는 가입절차. 가입신청서는 크게 외모(얼짱)와 싸움실력(쌈짱) 두 가지로 나뉜다. 싸움 실력으로 가입하고 싶다면 ‘00고 몇짱인가’라고 묻는 주관식부터, 싸움 잘하는 순위를 1~10짱, 10~20짱, 20~30짱으로 구분하는 객관식 질문에 우선 답해야 한다. 외모의 경우엔 사진을 관리자에게 메일로 보내 서열을 받는 식이다. ‘뻥이면(거짓이면) 킬(죽음)이다’라는 섬뜩한 경고도 눈에 띈다.

회원 수는 적게는 4명부터 많게는 70명에 이른다. 카페에 등록된 콘텐츠는 가입회원만 볼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코너 이름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 ‘쌈기술 지도’ ‘맞짱 필살기’ 등 싸움과 관련된 게 많다. 미성년 신분이지만 ‘야동방’ ‘야설방’은 기본이고 ‘물 좋은 나이트’ 검도장 격투기장 등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일진회 카페는 학년별로 따로 관리해 서열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일진회 카페엔 특진인 고3부터 중1까지 회원을 두고 있으면서 ‘초딩 꼬시는 법’이란 글이 올라있는 ‘초딩 일진 후보’란 폴더까지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일진회 카페끼리 ‘인터넷 동맹군’이란 메뉴를 이용해 서로 다른 일진회 카페와 사이버 연계를 하고 있어 ‘릴레이 폭력’의 온상이 될 조짐이 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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