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시장에서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프리미엄 샴푸 시장을 놓고 국내·외국업체들이 각축을 벌인 데 이어 올해는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불이 붙었다. 섬유유연제는 ‘피죤’이라는 절대적 강자가 자리잡고 있는 1,700억원 규모의 정적인 시장. 여기에 애경이 새로 진출했고, 지난해 일본 생활용품 업체에 매각된 CJ라이온도 일본에서 판매중인 '소프란C'를 들여올 예정이다. 애경은 최근 샴푸나 바디 제품에서 볼 수 있었던 '스킨케어' 개념의 섬유린스 '아이린'을 출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20일부터 '아이린 소녀'라는 컨셉의 TV CF를 방영하며 100g짜리 샘플을 50만개나 쏟아내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아이린은 1993년 애경이 유니레버와 결별하면서 섬유유연제 '포미'를 철수한 후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역작. 애경은 국내에서는 제품을 팔지 않았지만 일본으로 수출하며 기술을 발전시켰고 2년 동안의 준비 끝에 피부를 보호해 주는 허브 에센스 성분, 항균작용을 하는 은나노 성분이 든 ‘아이린’을 내놓았다.
더욱이 피부보호(장미향), 데오드란트 기능(은방울꽃향), 항균기능(아이리스향) 등 3가지로 전문화한 3종을 출시하고 가격대를 약간 높여 고가 전략을 쓰고 있다. 애경 관계자는 "첫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3년내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피죤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른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죤측은 "시장점유율을 그 정도까지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관망하는 입장이다. "비슷한 제품의 가격이 300원 비싸면 다른 제품을 산다"는 주부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용품 소비에 있어 가격은 매우 민감한 사항인 만큼 피죤의 가격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피죤은 5월에 시작하는 새 CF를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계속 하기로 하는 등 소비자 인지도 유지를 위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섬유유연제 시장은 1979년 창립된 피죤이 처음 제품을 선보이며 형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피죤이 5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LG생활건강의 샤프란, 옥시의 쉐리가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가정의 83%가 섬유유연제를 쓰고 있을 정도로 시장 포화 상태이지만 대형 할인점의 등장과 함께 소비량도 늘어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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