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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젠화 홍콩행정장관 사임/ 연이은 실책에 ‘강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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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젠화 홍콩행정장관 사임/ 연이은 실책에 ‘강제 퇴출’

입력
2005.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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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장관이 10일 사임, 홍콩 정국에 격랑이 몰아치고 있다. 그의 조기 사퇴는 예측된 것이긴 하지만 후임자 임기, 후임 경쟁 구도 등 홍콩 민주화에 큰 영향을 미칠 여러 쟁점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둥 전 장관은 이날 경질설을 부인했지만 ‘강제 퇴출’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둥 전 장관은 1997년 행정장관 취임 이후 각종 실책을 저질렀다. 2003년 봄 관광업 타격을 이유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늑장 대응하다 300명이 숨지는 참사를 불렀고, 부동산 거품 붕괴로 홍콩 경제는 곤두박질했다.

중국 지도부가 결정적으로 등을 돌린 건 어설픈 정책 추진으로 홍콩 민주화 운동의 빌미를 제공한 데 있다. 그는 2003년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안전법’을 강행하다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촉발했다. 홍콩시립대 제임스 성 교수는 "중국은 민주화 열기가 다른 신흥 부자도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홍콩의 정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며 "둥 전 장관의 정치력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고 판단하고 내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후견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지난해부터 공직에서 퇴장, 바람막이마저 사라졌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위정자로서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아 통치 능력 향상에 노력하라"고 노골적으로 면박을 줬다. 퇴출을 결정한 채 시기만 저울질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중국 지도부가 얼마 전부터 사퇴설을 흘리며 원만한 은퇴 모습을 연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에선 둥 전 장관의 사퇴 배경 보단 후임자 임기 논란이 뜨겁다. 중국은 후임 장관 임기를 둥 전 장관의 잔여 임기인 2년으로 못박고 있다.

홍콩 민주세력들은 홍콩 기본법에 보장된 5년을 주장하고 있다. 차기 행정 장관 선출은 친 중국계 의회의 간선제로 확정돼 있기 때문에, 후임자 임기를 5%B년 으로 하면 2010년에는 직선제를 관철할 수 있다는 것. 중국의 ‘2년+5년’구상에 따르면 직선제는 2012년에 가능하다.

중국의 2년 임기론은 후임자의 ‘충성’을 받아내는 노림수일 수도 있다. 중국 정부 소식통들은 "후임자 도널드 창에게 임기 2년을 무난히 마치면, 5년 임기를 더 할 수 있다는 언질을 했다"고 전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 후임 쩡인취안 누구?/외환위기 극복 주역 정통관료

둥젠화 홍콩 행정장관의 조기 사임으로 행정장관 직무대행을 맡게 된 쩡인취안(曾蔭權·61·도널드 창·사진) 정무사장은 중국 반환 전의 홍콩시절부터 38년간 관직에 몸담아온 정통 관료이다.

쩡 정무사장은 특히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재무장관으로서 홍콩 경제를 성공적으로 지켜내며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에는 2인자인 정무사장에 올랐다.

1944년 홍콩 경찰의 아들로 태어난 쩡 정무사장은 1967년 공직에 입문했고, 81년 하바드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아 엘리트 관료로서 성장해 왔다. 85~89년 홍콩의 주권 이양 작업에 관여하기도 한 그는 아시아개발은행에서 근무하는 등 경제통으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 1995년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홍콩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쩡 정무사장은 영국과 상당히 밀접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주권 반환 직전인 97년 6월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이 점이 그가 행정장관에 임명되는데 있어서 유일한 걸림돌로 지적된다. 그러나 타고난 충복 스타일을 고수해 온 그의 이미지나 경력을 감안하면 현재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행정장관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말 베이징을 극비 방문해 쩡칭훙(曾慶紅) 중국 국가부주석을 면담하는 등 ‘면접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후문이다.

외향적인 성격의 그는 언론도 잘 이용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고, 항상 나비넥타이를 매고 다니며 롤렉스시계를 사모으는 취미로도 유명하다.

문향란기자 iami@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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