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닫게 되면 꿈에서 깨어난 것 같고, 하늘에 백천 개의 해가 비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 세계는 허공과 같이 무한해 한정이 없습니다." 선(禪)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무엇이며, 그곳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은 어떤 것인가.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한국 선불교의 핵심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화두선) 수행을 위한 지침서가 내달 중순 발간된다. 조계종 간화선수행지침서 편찬위원회(위원장 혜국 스님)와 불학연구소가 대표적 선승들의 자문을 거쳐 1년 6개월여의 작업 끝에 지난 달 종정 법전(法傳)스님의 점검을 받고 출판을 준비중이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구두로만 전해 내려온 간화선 수행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문서화하는 것은 조계종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간화선은 '이뭣고' '뜰 앞의 잣나무'등 화두를 참구해 깨달음을 얻는 참선법이다. "(깨달음의 세계)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평등해서 우열이 없고 귀천도 없고 친소도 없고 시비도 없습니다. 대립과 갈등과 투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깨달음이 어떤 별천지의 세계를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역력하게 살아있는 삶의 모습일 뿐입니다."
지침서는 스님뿐만 아니라 불교 신자, 일반인을 포함해 선 수행의 초심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초' '실참(공부)' '깨달음'등 단계별로 서술, 총3부 13장으로 구성했다. '기초'에서는 간화선의 형성과정과 기본적인 이해를 위한 설명과 함께 기초수행법을 설명했다. 자기 자신을 알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發心·발심)과 함께 자비, 지혜를 품고 살아야 하며,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과보(果報·결과)가 따라온다는 인과의 법칙에 대한 믿음을 키우는 것이 기초수행이라고 했다.
특히 스님들이 경전을 무시하는 풍토에 대해"‘가르침을 버리고 선수행에 들어간다’는 사교입선(捨敎入禪)은 가르침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 그것을 내려 놓는다는 뜻이지, 처음부터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교(敎)에 대한 철저한 이해없이 선수행을 하는 것은 지도 없이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또 "음란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고, 살생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제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으며, 거짓말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똥으로 향을 만들려는 것과 같다"는 서산대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불살생(不殺生) 등의 계(戒)를 지키는 것이 수행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실참 단계'에서는 '화두는 언제 누구에게 받는가'에서 시작해 '스승을 찾는 방법''화두 참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가' '화두를 참구하다 일어나는 병통(부작용)은 어떻게 극복하는가'등 간화선의 본격적인 수행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동정일여(動靜一如), 몽중일여(夢中一如), 오매일여(寤寐一如) 등 삼매의 상태와 화두 공부에서 나타나는 신비현상에 대처하는 법도 소개한다.
'깨달음'의 단계에 대해서는 ▦깨달음의 내용 ▦깨달음에 대한 점검과 인가를 받는 방법▦스스로 점검하는 방법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의 차이 등을 설명한다. 지침서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 자주적이고 자율적이며, 내게도 남에게도 한없이 자애로우며, 모든 상황에 자유자재하는 대(大)자유인이 된다"면서 깨달음은 '크나큰 자유'라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출가스님이 아닌 생활인들도 아침 저녁이나 출퇴근 시간,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에 화두를 들 수 있다"면서 "스님이 아닌 일반인들도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침서는 조계종이 최근 수년간 이뤄진 남방불교 수행법인 위파사나와 제3의 수행법 등의 확산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 이를 위해 조계종은 2003년 10월에 전 각화사 선원장 고우 스님, 축서사 조실 무여 스님, 석종사 선원장 혜국 스님 등 선원장급 스님들로 편집위원회를 구성했고 그동안 전국 원로스님과 선원장, 선승들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남경욱기자 kw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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