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을 줄이기 위해 제일은행 매각대금의 일부를 달러화로 받기로 했다가 도리어 환차손을 입을 위기에 처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1월 20일 보유 중인 제일은행 지분 48.49%의 매각대금 1조6,482억원 중 7,102억원을 달러화로 받기로 스탠다드차타드(SCB) 은행과 합의했다.
당초 예보는 전액을 원화로 받기로 했으나 거액의 달러화가 국내 유입돼 원화로 바뀔 경우 환율 하락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고 합의내용을 변경했다.
문제는 예보가 당시 매각대금 환율을 달러 당 1,033원 선으로 고정했으나(환헤지), 이후 환율이 1,000원 안팎으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당초 7억1,020만 달러(7,102억원·현재 달러 당 1,000원 기준) 상당의 원화를 지급해야 했던 SCB는 합의 변경으로 6억8,750만 달러(7,102억원·달러 당 1,033원 기준)만 주면 돼 2,270만 달러(227억원)를 앉아서 챙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보는 환리스크 방지를 위해 합의 변경 직후 6억8,750만 달러를 주고 7,102억원을 받을 수 있는 스왑거래를 산업은행과 맺어 즉각적인 손실은 발생하지 않게 돼 있으나, 6개월 뒤 같은 액수의 원화와 달러화를 다시 교환하는 조건이라 환차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10월에도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 머물 경우 예보는 7,102억원을 주고 제 값(7억1,020만 달러) 대신 6억8,750만 달러만 받게 돼 227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급상승하지 않는 한 현재로선 예보의 환차손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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