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의 고장인 경남 진해시에서도 매년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며 전국에 남녘의 꽃 소식을 전했던 벚나무가 그 개화 임무를 마감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0일 진해시 등에 따르면 20만여그루의 진해 벚나무 중 가장 먼저 꽃을 피웠던 진해시 자은동 880의2 최말임(73·여)씨 집 두 그루의 벚나무(사진)가 올해는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았다.
이 벚나무는 1977년 최씨가 남편(2002년 사망)과 함께 정원에 심은 나무로 이듬해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90년 임업시험장에서 일했던 최씨의 남편이 임업시험장의 벚나무가 진해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고 찾아온 모 방송사 기자에게 "우리 집 벚나무가 훨씬 일찍 개화한다"고 알린 뒤부터 이 나무는 ‘스타’가 됐다.
해마다 최씨 집 벚나무는 언론을 통해 전국에 가장 먼저 벚꽃 소식을 전했고 진해 군항제의 개최 시기를 가늠하는 잣대 역할을 하는 명물로 자리잡았다.
최씨는 "지난해부터 나무의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지더니 결국 올해 꽃을 피우지 못했다"며 "우리 집 나무가 벚나무 평균 수명인 50여년에 못 미치는 점으로 미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진해시 관계자는 "이 나무는 군항제와 함께 진해 벚꽃을 상징하는 명물이었는데 결국 세월의 무게는 이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해= 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