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2일로 1년이 된다. 당시 탄핵을 주도한 주역들은 대부분 정치권을 떠났다. 이들은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고 있다"며 정치에 미련이 없음을 강조하지만, 한편으론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정계를 은퇴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특강 요청이 많아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 들를 새가 없을 정도로 바빴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9월 부산 동아대 정치행정학부 석좌교수로 추대된 뒤 매달 한두번씩 강의하고 있고,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으로서 남덕우 전 총리, 유종하 전 외무장관 등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11일에는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는 저서를 출간한다.
탄핵 후폭풍으로 퇴진한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는 골프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여전히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나 자신이 1995년 결성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활동 외엔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는 탄핵에 대해선 "날짜도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측근들은 "최 전 대표가 정치에 뜻이 없다고 하지만, 재기 의욕이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전 원내총무는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한 뒤 거의 매일 서울 종로4가의 사무실에 나가 독서로 시간을 보낸다. 또 사무실에 마련한 탈북자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한다. 한 측근은 "정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당 입장이 정리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서울 성북을 재보선에 홍 전 총무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도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연극배우인 부인 김금지씨의 공연 관람과 독서 등으로 소일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김금지씨는 "조 전 대표가 당장은 아니지만 다시 정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대표도 성북을 출마를 재고 있다는 설이 있다. 그는 10일 성명을 내고 "탄핵의 시대적 정당성과 헌정사적 의의에 대한 확신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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