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과도 같은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되어 영광입니다."
일본 가부키(歌舞伎) 배우 나카무라 간지로(74·사진)씨가 4월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소네자키 신주’ 공연을 앞두고 9일 서울을 찾았다. 가부키의 국내공연은 1988년 서울국제연극제에 참가했던 ‘가나데혼 주신구라’ 이후 17년 만이다.
1941년 무대에 처음 선 나카무라씨는 1994년 부친에 이어 일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국보급 가부키 배우. ‘소네자키 신주’는 1703년 오사카에서 발생한 남녀 동반자살사건을 소재로 1791년 초연한 작품이다. 억울한 누명을 쓴 간장도매상 종업원 도쿠베와 유녀(遊女) 오하쓰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나카무라씨는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1953년 무대에 오른 뒤, 52년간 1,212회 공연에서 줄곧 오하쓰 역을 맡아왔으며, 1980년부터는 아들(나카무라 간자쿠)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한국공연을 마치면 단일배역 최다출연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다. "여장 배우인 온나가타(女方)는 여자보다 아름다워야 합니다. 진짜 여자처럼 보이면 안된다는 말이죠. 남녀 모두가 매력적으로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칠순을 넘긴 나이에 열 아홉 살 여인을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관객입장에서는 젊은 배우가 좋겠지만, 여자의 깊은 애정과 정열에 초점을 맞춰 연기하기 때문에 나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 도쿄에서 판소리 ‘춘향가’를 관람한 그는 "가부키와 판소리의 표현방법이 비슷해 뿌리가 같지 않나"는 생각을 했다 한다. "예술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미묘한 정치적 상황을 초월해 한국과 일본이 잦은 문화교류로 우정을 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연문의 (02)2280-4115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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