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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 가보셨나요!/ 인사동 '쌈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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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 가보셨나요!/ 인사동 '쌈지길'

입력
2005.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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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인사동과 관훈동 일대의 길이 690c 폭 12c의 인사동길은 '느림'의 거리다. 잰걸음보다는 허리춤에 손등을 얹은 채 휘적휘적 팔자걸음을 걸어야 그 운치를 제대로 볼 수 있어서다. 서울시민에게 인사동은 그래서 추억의 길이다. 세월의 시침이 20년 정도 느리게 움직이는 듯한 풍물과 사람들이 가득한 인사동길. 이 사랑스러운 거리가 지난해 말 '쌈지길'이라는 이름의 새 길을 얻었다.

◆ 인사동길이 500c 길어진 사연

인사동길 안국동쪽 입구에서 종로방향으로 몇 걸음 걷다보면 학고재 %C화랑과 수도약국 사이에 자리잡은 멋들어진 4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젊은 화가들의 낙서 같은 벽화를 둘러놓고 공사가 벌어지던 자리에 어느새 생긴 새 건물이다. 거친 질감을 그대로 드러낸 콘크리트와 목재로만 장식된 외벽 앞에 매달린 명패는 ‘쌈지길’.

쌈지길은 2001년 아원공방 동서표구 등 당초 이 자리에 있던 12개의 점포들이 인사동 개발바람에 밀려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쌈지패션이 부지를 매입해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면서 생겨났다.

건물 이름에 어째서 ‘길’이 들어갔을까. 입구로 들어서면 곧 궁금증이 풀린다. 쌈지길은 건물 가운데가 ‘ㅁ’ 자 형태의 마당으로 이뤄져 있고 건물 외곽을 따라 옥상까지 이어진 ‘거리’로 둘러싸여 있는 특이한 구조의 건축물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없이 마치 인사동길을 밟아 오던 것처럼 그냥 가벼운 오르막을 걷기만 하면 모두 72개의 공방과 갤러리, 소품점들을 만날 수 있다. 쌈지길을 일자로 펼 경우 그 길이는 500c에 달한다. 그래서 인사동길도 그만큼 길어졌다는 말이 나왔다.

◆ 광장은 벼룩시장·공연장

쌈지길에 들어서면 우선 150평에 이르는 ‘가운데 마당’이 시선을 잡는다. 이 마당은 벼룩시장이나 문화공연장으로 활용된다. ‘첫걸음’ 이라는 이름의 1층 공간에는 주로 큰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소품 위주의 공방들이 자리하고 있다. 생활 도자기를 파는 ‘보원요’, 깜찍한 금속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성냥갑’ 등 인사동 속의 또 다른 인사동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쌈지길의 한 층을 지나는 데는 어른 보폭으로 200걸음 정도. 2층 ‘두오름길’에서는 전통찻집 ‘세이지’와 도예가 황갑순씨의 자기 컬렉션을 모아놓은 ‘작은 갤러리’가 눈길을 끈다. 형형색색의 유리공예방 ‘비울’을 돌아서면 3층 ‘세오름길’이다. 판매가 1,300만원의 자개옻칠함 등 품격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해조옻칠’ 등이 들어서있다.

1,000걸음째에 만나게 되는 옥상 ‘하늘정원’은 쌈지길의 백미다. 이곳에는 손바닥만한 디카로 셀카를 찍는 젊은이들부터 도심을 가르며 떨어지는 일몰을 담으러 온 전문 사진작가까지 다양한 계층의 카메라 마니아들이 모인다. 그만큼 풍광이 볼만하다는 뜻이다. 옥상 한쪽에는 파라솔을 내놓은 음식점이 있어 출출함을 달랠 수도 있다. 올 여름에는 이곳에서 정기적인 막걸리 파티도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갤러리 ‘숨’의 큐레이터 최지수씨는 "쌈지길은 새로운 형태의 거리로 문화에 목마른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 성장통 앓고 있는 인사동

쌈지길의 등장이 침체된 인사동길에 새로운 활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인사동은 그동안 너무나 변화에 게을렀다. 2000년 대대적인 보도환경 정비, 2003년에는 문화지구로 지정됐지만 인사동의 진정한 정체성이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옛 정취는 점점 사라져가고 단순한 기념품 골목으로 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도시연대 김은희 사무국장은 "인사동은 지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해 통과의례적인 성장통을 앓고 있다"며 "앞으로 노점상 문제나 차량통행 제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종로구 문화진흥과 관계자는 "차량의 인사동 진입을 줄이기 위해 근처에 대형주차장을 건립하는 방안의 용역을 시정개발연구원에 발주했다"며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해 인사동의 변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 너무도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이 인사동에 던져진 과제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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