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의 국회통과 이후 봇물처럼 쏟아지는 수도권대책에 어안이 벙벙하다.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허용과 그린벨트 해제 등에 이어 대학 신설·증원 및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 허용, 17개 산업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청사진이 제시되더니 서울공항 이전방안까지 튀어나왔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수도권발전대책특위 위원장이 그제 당정 간 대책회의 직후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공항의 이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특별법 자체가 당리당략에 따른 타협과 흥정 끝에 태어나 본래 목적과 취지가 크게 훼손된 기형이 되고 말았지만,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해소라는 대전제는 바탕에 깔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쏟아지는 대책들은 이 같은 기본 틀을 깨뜨림은 물론 문제를 개선하기는커녕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닫게 하지 않을까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수도권 공동화를 막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은 강구되어 마땅하다. 한편으로 수도권에서의 여당 지지도 하락을 외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을 십분 감안한다 해도 지금처럼 행정수도 이전에 깔린 기본 전제를 깨뜨리는 대책들이 남발되는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물론 서울공항 이전 문제는 해묵은 사안이다. 이전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관계부처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옮기면 된다. 그러나 이곳을 신도시로 개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일대는 최적의 신도시 후보지역이기도 하지만 그린벨트로서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더욱이 판교신도시 개발에 따른 부동산 투기 차단에 급급한 마당에 그보다 규모가 큰 신도시 개발을 추진한다면 투기광풍을 어떻게 막을지 의문이다. 정략에서 나온 대책들이 국가대사인 행정중심도시의 기능과 역할을 떨어뜨리고 수도권 과밀화를 악화시키는 국가적 실책이 될 것을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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