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이 물에 종이처럼 약한지라 유혹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 중 유의해야 할 것이 ‘쉬운 것에 대한 유혹’이다. 쉬운 것에 대한 유혹이란 무엇인가? 공부보다 시험에만 열중하는 것이 그것이요, 실력보다 학위에만 전념하는 것이 그 일례이다.
쉬운 것에 대한 유혹은 일종의 전염성이 강한 마음의 질병이다. 사실 이 병은 누구나 조금은 갖고 있는 것으로 음성 또는 양성의 차이만 있을 뿐, 누가 다음 차례일지는 알 수가 없다. 어렵고 고단한 삶을 살면서 쉬운 것을 구하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 반문할지 모르지만, 쉬운 것 속에는 대개 치명적인 위험이 게릴라처럼 잠복해 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질병은 비단 마음 뿐 아니라 몸도 망치기에 더욱 무서운 질병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교육은 물론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있어 나타나고 있는 우려되는 현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대화를 외면하고 멱살부터 잡는 것도, 고용주가 해고를, 노조가 파업을 선호하는 것도 실은 쉬운 것에 대한 유혹 때문이다. 학생들이 기초학문을 기피하는 것도 쉬운 것을 좇기 때문이며, 작가나 학자의 저술이 상업주의로 흐르는 것도, 심지어 부모가 한순간의 고통이 두려워 자식에게 매를 아끼는 것도 역시 쉬운 것에 대한 유혹 때문이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영웅시대’가 갈수록 재미를 더해갔던 것은 극중 인물들의 어려움에 대한 과감한 도전 정신 때문이었다.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쉬운 것에 대한 유혹에 사로잡힌 사람은 없다. 그들은 오히려 어려움을 찾아 나섰고, 그것을 극복하는 가운데 성장하고 도약하면서 드라마같은 삶을 일궈냈던 것이다. 그런 드라마를 즐겼으면서도 쉬운 것에 대한 유혹에 쉽게 넘어가야 되겠는가?
비록 평지에서 살더라도 마음 속에는 태산을 만들고 대해를 만들어야 되는 것이 %C참다운 삶이 아닐는지? 그것을 넘고 건널 때 사람은 키가 커지고 그림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쉽게만 살려는 사람에게는 작은 언덕도 두렵겠지만, 어려움에 익숙한 자는 큰 산도 또 하나의 트로피일 뿐이다. 쉬운 것을 찾는 자는 돈에 의지하고, 어려움에 도전하는 자는 가치에 목마른데, 내가 돈을 사랑하면 돈도 나를 사랑해줄까? 상대의 유혹에는 쉽게 넘어가지만, 결국 짝사랑일 수밖에 없으니, 아, 쉬운 것에 대한 유혹,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울렸던가?
최병현 호남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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