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도 어느 한 사람이 그랬지만, 우리는 가끔 자신의 지난 시절에 있은 어떤 바르지 못한 일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고위 공직자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의혹’이라는게 참 묘하다.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 입장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그래도 비교적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자신에게 누군가 자꾸 나쁜 의도를 가지고 얼룩을 묻히려 드는 것처럼 여겨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물러나는 시간도 늘 한박자나 두박자 늦고, 표정도 억울하기 그지없다는 식이다. 이제까지 이런저런 의혹 때문에 물러나는 공직자치고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그들도 다른 사람의 의혹에 대해서는 그렇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 많고 많은 의혹 중에 오직 하나 자신에 대한 의혹만 억울한 것이다.
공직자에게 그것은 치명적인 얼룩이다. 그러나 어떤 음모처럼 누군가 내 얼굴에 묻히려고 만들어낸 얼룩이 아니라, 지난 시절 장차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고 내 스스로 만든 얼룩이다. 그런데도 물러나는 사람들 표정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내 얼굴에 묻히는 얼룩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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